​[남기자의 食슐랭] 연인·친구에게 주는 빼빼로...일본이 원조다?

2023-11-03 06:00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한국인도 잘 모르는 기념일 유래

빼빼로 제품 모습.[사진=롯데웰푸드]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친구 혹은 연인, 동료들에게 빼빼로를 건네며 친근함을 표현하는 날로 잘 알려져 있다. 빼빼로데이의 탄생 초기 히스토리나 의미를 아는 이는 드물다. 연인간, 친구간, 직장 동료간 서로 다른 의미로 11월 11일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때문이다. 

2월 밸런타인데이, 3월 화이트데이와 같이 빼빼로데이를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날로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기에 지인들에게 우정 혹은 사랑을 표현하고자 빼빼로를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빼빼로데이의 유래가 일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빼빼로데이를 일주일여 앞두고 기념일의 유래와 빼빼로를 둘러싼 일본과의 법적 다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포키 선물세트. [사진=해태제과]
 
롯데 빼빼로 vs 日 포키 '원조 논쟁'...韓 승리로 종결
국내에서도 빼빼로의 원조를 일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1960년대에 일의 '포키'라는 과자를 롯데가 모양과 맛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포키는 일본의 제과 제조사인 '에자키 글로코'가 1966년부터 판매해온 스틱 과자로, 초콜릿이나 딸기, 멜론 등 다양한 플레이버(flavor)로 덮인 달콤한 막대 과자를 말한다.

포키의 명칭은 막대 과자가 둘로 쪼개질 때 나는 소리가 의성어 '포킨'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영감을 받아 정해졌다. 포키는 현재 중국,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와 일본의 빼빼로 원조 논쟁은 상표권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포키 제조사인 에자키 글로코가 2015년 미국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 롯데제과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포키는 미국에서 1978년 출시했고 롯데가 빼빼로를 선보인 것은 22년 후인 2000년이다. 

6년 간에 걸친 법정 다툼은 롯데의 승리로 끝이 났다.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은 2021년 1월에 포키의 '막대형 초콜릿' 디자인을 유용하다고 판단했고, 상표권 침해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비자들을 더 편리하게 만들 디자인은 독점할 수 없다는 뜻이다.
 
設, 設, 設...기원설 난무한 빼빼로데이
빼빼로데이의 기원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設)들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빼빼로데이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념일이지만, 언제, 누가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밝혀진 게 없다. 빼빼로를 생산하는 롯데웰푸드조차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빼빼로를 팔아 먹기 위한 상술로 활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빼빼로데이와 같은 날인 11월 11일에 진행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처럼 파격 할인을 내세워 재고나 판촉 행사를 벌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빼빼로데이는 부산, 경남 일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하게 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해당 스틱 과자를 주고받은 것이 유행의 시작이란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빼빼로를 통해 우정을 주고받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경남지역에서 빼빼로 매출이 급등했다. 이를 접한 경남지역 영업소장이 본사에 보고했고 이를 롯데제과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빼빼로데이'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롯데웰푸드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83년 출시된 빼빼로는 올해로 41살을 맞았으며, 매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 셀러' 제품이다. 2019년 이후 연간 국내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144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누적 매출액은 1조9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올해까지 포함하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빼빼로의 매출 40%가량이 빼빼로데이가 있는 11월 즈음(9~11월)에 집중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걸린 빼빼로. [사진=롯데웰푸드]
 
핼로윈 넘보는 토종 기념일...글로벌 'MZ 축제'로 진화 중
지난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핼러윈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반대급부로 빼빼로데이가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도 핼러윈은 건너뛰고 빼빼로데이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빼빼로데이의 매출 효과가 수치로 증명된 만큼 4분기 실적을 견인할 대목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사실 11월은 빼빼로데이를 제외하곤 기업들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기념일이 전무한 시기다. 이에 편의점업계와 식품업계에게 4분기는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빼빼로 출시 40주년을 맞아 '글로벌 MZ 축제'로 확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는 빼빼로데이가 한인 사회를 넘어 현지인이 즐기는 이벤트로 확산하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되면서 빼빼로데이에 대한 인식도 확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추세에 올해는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는 국가를 필리핀, 홍콩, 대만, 카자흐스탄 등 17개국으로 대폭 확대하고 외연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빼빼로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현재 빼빼로는 미국, 베트남 등 5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이 급증하며 빼빼로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0% 크게 늘어난 480억원가량으로, 전체 브랜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상승 추세다. 롯데는 올해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 해외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지난달 말부터 진행한 빼빼로 팝업스토어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팝업스토어는 오픈한 지 4일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미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중심가에 빼빼로 브랜드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한인사회를 넘어 현지인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빼빼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빼빼로 글로벌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는 '빼빼로로 말해요(Say Hello with PEPERO)'다.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열 마디 말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빼빼로를 건네며, 따뜻한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내용이다. 빼빼로 브랜드의 공식 글로벌 앰버서더 '뉴진스(NewJeans)'와 롯데웰푸드의 대표 캐릭터인 '빼빼로 프렌즈'가 등장하는 트렌디하면서도 유니크한 영상으로, 전 세계에 빼빼로데이 문화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현지에서 유명한 한인 슈퍼마켓인 'H-MART'를 포함 70여개 매장에서 브랜드 전용 매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공식 엠버서더 뉴진스의 글로벌 영향력과 더불어 빼빼로 브랜드에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색깔을 입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MZ 축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