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둔 택시수수료 문제가 '폭탄'으로…김범수 카카오모빌 '부메랑'

2023-11-02 16:10
2020년부터 '카카오T블루' 수수료 체계 논란
택시기사들 세금 문제 등 거론…국감도 지적
카카오모빌, 개선 약속해 놓고 추진엔 소극적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카카오모빌리티를 저격하면서, 문제의 핵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가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강한 발언에 화들짝 놀란 카카오모빌리티는 조속히 수수료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됐던 해묵은 문제에 대해 이제서야 부랴부랴 해결에 나서는 회사 측의 행보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체계는 지난 2020년부터 문제가 됐다. 그해 5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며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를 2019년 9월에 인수하며 가맹택시 사업을 본격화한 만큼 사실상 사업 1년도 되지 않아 수수료 문제가 점화된 셈이다.

세미나에서는 높은 수수료율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 지급하는 '제휴 비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택시업계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5년간 고정이나, 제휴비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높은 점유율을 활용해 임의로 제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다른 가맹택시인 우티·타다 라이트 등이 복잡한 과정 없이 2~3% 정도의 수수료만을 가져가는 것과는 대비된다.

가맹택시 기사들 불만이 가장 큰 것도 이런 계약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 비용을 추가로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매출로 간주돼 세금이 이중으로 잡히면서다. 이런 불만은 특히 개인택시 기사 사이에서 높다. 개인택시 사업자의 직전 연도 매출액(부가세 포함)이 8000만원 이하면 '간이과세자'로 분류해 부가가치세 3%만 내면 되지만, 그 이상이면 10%를 그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사 입장에서는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카카오T블루 가맹점협의회와 개인택시티블루협의회 등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관련 단체들은 케이엠솔루션과 논의에서 수수료 관련 문제를 꾸준히 화두로 올렸다. 논의는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됐지만, 카카오 측이 즉각적인 변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2년째 진척되지 않았다.

수수료 문제는 2021년과 2022년 국정감사에서도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20%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가맹 계약과 제휴 서비스 계약 갱신 기간이 다르고, 가맹기사 매출이 실제보다 많이 잡혀 택시기사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점도 문제 삼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시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이후 제휴 계약 갱신 기간을 기사들이 개별 논의할 수 있도록 고정 기간을 정하지 않는 쪽으로 바꿨다. 다만 이외에는 근본적인 계약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가 잡은 고객 예약(콜)이 아닌 길거리에서 손님을 바로 잡는 '배회영업'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20% 수수료를 부과해 문제시됐다. 여러 비판 속에서도 수년간 적극적인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태도가 결국 정부의 강경한 움직임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인택시 운전기사 참가자가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호소하자,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반드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수수료 체계를 통해 3000억원 안팎의 매출액을 부풀렸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역시 전날 카카오 택시 수수료를 거론하며 "부도덕한 행태로,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한 택시법인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기사들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점을 좀 더 귀담아들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에도 '이것만 넘기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나온다면, 다음에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카카오모빌리티는 1일 늦은 저녁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기사들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주요 택시단체 등과 일정을 조율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논의에 나설 만큼 시급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셈이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명목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플랫폼 주체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의견을 묵혀두면서 결국 더 큰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에 어느 주체와 간담회를 하는지 밝히고, 형식적인 간담회가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 기업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