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내년 유가 84달러 예측했는데…90달러만 넘어도 물가 방향 달라질 것"

2023-11-01 16:51
1일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세미나서 이종화 고려대 교수와 좌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1일 "내년 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만 올라가도 물가 등 예측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개최 세미나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좌담회에 나선 이 총재는 "저희(한은)는 내년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측을 했기 때문에 만약 상황이 악화돼 90달러 이상이면 저희 예측이 많이 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미리 가정을 할 수 없는 만큼 저희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종화 교수가 올 연말과 내년까지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중국 경제'와 더불어 '유가'를 꼽은 데 따른 것이다. 이 교수는 유가 리스크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향후 유가가 오르더라도 90달러나 100달러 이상 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로는 짐작하기 어렵다"며 "특히 유가의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 역시 "한은 입장에선 8월부터 유가 변동성이 커져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며 "전문가들 시각으로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1~2개월 큰 충돌이 있기보다는 1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 교수는 "중동 전쟁에 이란이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라면서도 "전쟁 상황이 되면 테러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오랜 역사적 갈등이자 종교적 갈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는 굉장히 큰 불안요인"이라면서 "유가나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있겠지만 그 자체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미칠 수준은 아닐 것이고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부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 대해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단기금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떻게 금리를 움직일지가 중요하다"면서 "내년 말까지 거의 5%에 가까운 금리가 유지될 거라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고금리 기조가 내년 이후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단기금리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 예상하고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다만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실질금리의 경우 수요와 공급을 따져봐야겠지만 내려오는 추세인 것은 맞다"면서 "그 폭이 어느 정도일지는 장기자금 수요과 공급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 6개월 새 글로벌 장기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문가들 견해가 많이 사라졌더라.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라며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변화로 물가도 많이 오르면서 미국 장기금리가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