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실종된 금융권] 4대 금융 '116조' 실탄에도…M&A는'가뭄에 콩' 나듯

2023-11-01 18:00
지주사별 상반기 말 현금·현금성자산 21조~35조 규모
경기 불확실성·은행 비판 여론 의식해 일단 관망세 유지

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주요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지주사들이 곳간에 현금성 자산을 100조원 이상 쌓아 놓고도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등 외부 환경 악화가 금융권 대형 M&A를 실종시킨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근 금융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도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행보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은 총 116조1103억원으로 확인됐다. 회사별로 당장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 적게는 21조6904억원에서 많게는 35조6998억원 쌓여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들은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금융권에서 이뤄진 빅딜은 지난 2월 우리금융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를 2125억원에 인수한 사례 정도다. 각 금융사별로 인수 의사가 없지 않지만 실제 빅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KDB생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최종 협상은 결렬됐다. 우리금융그룹도 ‘중대형 증권사’를 물색만 하고 있다. Sh수협은행 역시 캐피털·자산운용 인수를 여전히 검토 중인 단계고 그룹 내 보험사가 없는 BNK금융그룹과 증권사가 없는 JB금융그룹 등도 M&A 시장을 살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데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IFRS17)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 매물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고 3분기부터 IFRS17 가이드라인이 추가로 적용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은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그룹들이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적극 인수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더 광범위한 매물을 놓고 장기간 옥석을 가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은행 종노릇’ 등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비롯해 이자 장사 비난, 횡재세 도입 가능성 등 은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데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형 M&A를 발표한다면 ‘서민들은 등골이 휘는데 금융사는 사세 확장에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