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선방한 증권사, 3Q부터 '삐그덕'… 주가관리도 '엉망'

2023-11-01 18:00

[자료=한국거래소]

증권사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B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적자를 기록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업황,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증권사 4분기 실적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이처럼 증권업 하반기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흔들린 가운데 증권사들의 주가 관리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 등 5개 증권사 올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7.5% 하락한 7408억원으로 전망됐다.
 
키움증권 상황이 심각해보인다. 영풍제지 관련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실적악화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3분기보다는 사실상 충당금이 반영되는 4분기에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20일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예탁계좌에서 4943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고객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키움증권의 회수가능금액이 최대 1978억원, 손실액은 최대 2965억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 후 지속적인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손실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25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4분기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반기 영업이익 절반 이상 수준이다.
 
주가 하방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25일 140만주, 7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유통가능주식수 2482만주 대비 6% 수준이며, 기간은 지난달 25일부터 내년 4월24일까지 6개월간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 미수금 발생 공시 이후 주가가 24.5%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6294억원 감소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3.4배를 감안하면 1851억원 감소한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사주 매입에 의한 주가 방어효과로 이전과 같은 큰 폭의 하락을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은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리상승, 주가 하락에 따른 자기매매 손익과 기업금융(IB) 관련 수수료가 감소하는 등 당기순손실 18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라임·젠투펀드 등 투자상품에 따른 1200억원 규모의 충당부채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하나증권도 1분기 219억원, 2분기 832억원, 3분기 783억원 등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3분기 48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전분기 대비 2.71% 증가한 당기순이익 1133억원을 기록하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타 증권사에 비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비교적 적고,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당기순이익 10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8.5배 급증했다. 브로커리지, 금융상품 판매, IB 등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고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해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아쉬운 건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는 점이다. 올 3분기 채권 랩(Wrap) 관련 손실 200억원,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소송 패소 손실 300억원, 일본 태양광 발전소 평가손실 300억원으로 총 800억원 수준의 일회성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해 “3분기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은 거래대금 증가와 약정점유율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9.8% 늘었으며 상품운용(트레이딩) 손익은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며 처분 및 평가손실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증권사 실적은 통상 ‘상고하저’로,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고금리 기조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성 관리 난항 등 대내외적인 리스크까지 산재된 셈이다. 이에 증권업 주가 하방 압력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업 지수는 1일 기준 1697.67을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점(9월15일, 1827.11)보다 7.08%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증권업종 밸류에이션은 저평가 받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이 악화될수록 하방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