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한국형 제시카법', 보안처분이라 위헌성 없다?...따져보니
2023-11-01 14:12
"이중처벌 아니더라도 기본권 침해는 또다른 문제"
지역 사회 불안감과 입법 취지 간 딜레마
지역 사회 불안감과 입법 취지 간 딜레마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한 법무부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중형벌은 아니더라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지 지정은 보안처분이라서 위헌이라는 것(지적)은 이미 해결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26일부터 입법예고한 한국형 제시카법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중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고, 약물치료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보안처분 형태의 사실상 구금형?..."위헌성 완전히 해소된 것 아냐"
그럼에도 위헌성 지적이 제기된다. 보안처분은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신상공개제도처럼 형벌과 달리 위험 예방 목적의 행정 제재다. 그러나 법안 내용에 따라 보안처분 형태를 띤 사실상 구금 성격의 형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안 처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합헌인 게 아니라 이제 과도한 인권 침해이냐 아니냐는 또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금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 그리고 교도소와 그 이외에 보호수용이나 여러 가지 교정시설의 차이가 많지 않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사실상 이중처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국외 추방날까지 보호시설에 가둬둘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에 대해 구금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았다는 근거 등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헌재는 일정한 이동이 가능하더라도 제한이 돼 있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구금이라고 본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시카법 딜레마', 거주 이전의 자유vs지역사회 주민 불안감
법무부는 적절한 제도 운영을 통해 위헌 소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장관은 "공익의 관점에서 법률에 의해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있다며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시카법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위헌 요소를 줄이기 위해 자유로운 왕래와 출퇴근 등을 허용하면 지역 사회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재범 위험을 방지한다는 제도 취지 역시 달성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시설 수용 조건 등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으로 한다면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시설에 가둬놓고 아예 출입 못하게 한다면 사실상 구금"이라며 "본인 동의 아래 약물 치료를 하는 대신 시설에 안 들어가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약물 치료에다 시설 수용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헌 논란에도 국민법감정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속한 재판이 제대로 안 되고 형도 너무 약하고 이런 게 누적이 되다 보니 외국 제도까지 도입을 하자는 궁여지책이 아닌가"라며 "사법 체제에 대한 불신 같은 것도 아마 여론에 깔려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게 뭐냐가 중요하다"며 "최근에 묻지마 범죄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우려가 근거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