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지막 압구정 잡아라"…해안·ANU·건원 뛰어든 5구역 설계전, 3구역 여파로 조합은 '예민'
2023-10-30 18:21
"조합원은 설계업체 직원들과 대화할 수 없습니다. 궁금한 점은 질문지에 써서 넣어주세요. 홍보영상 촬영도 금지입니다."
30일 오전 찾은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5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계공모 작품 전시관은 이 같은 홍보 금지 지침으로 여타 구역 설계전 때보다 훨씬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설계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참여 업체 간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홍보 행위를 제한한 서울시 지침 때문이다. 조합원은 설계업체와 대면으로 질의응답을 나눌 수도 없었다. 대신 전시관 내부에 비치된 질의서 양식을 작성해 질의함에 넣어두면 업체가 추후 답변을 주는 방식이다.
압구정3구역 설계지침 위반·과열경쟁 여파…질의응답·설명회 없이 전시 진행
이날 전시관에서 만난 압구정5구역 조합원들은 설계업체 측에 질의를 하거나 별도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합원 A씨는 "우리 집이 정확히 어떻게 바뀌고, 어떤 뷰가 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아무것도 못 물어보는 게 말이 되냐. 답답해 속이 터진다"며 "서울시 지침이라니까 하는 수 없지만, 이게 다 3구역 여파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우리가 전시된 계획안만 보고 어떻게 아냐. 질문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하냐"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전시관도 최소한의 규모로 만들어졌다. 앞서 압구정3·4구역이 단지 내 공간에서 개별 전시관을 꾸몄던 반면, 5구역 설계전시는 단지 외부 건물 한 공간에서 다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합 관계자들은 전시관 곳곳에서 각 업체들이 홍보금지 규정을 어기지 않는지 지켜보며 방문객들에게 "서울시에서 보고 있으니 홍보영상을 찍은 사진은 지워달라"고 틈틈이 주의를 줬다.
해안·건원·ANU 3파전…갤러리아 백화점과 상가 연계해 분담금↓
이번 5구역 설계전에는 해안건축과 건원건축, ANU건축이 기호 1~3번으로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회사 모두 앞서 2~4구역에서 한차례씩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건원은 4구역에서, ANU는 2구역에서 탈락했고 해안은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진행되는 3구역 설계사 공모에 재도전 중이다. '트리플 프레스티지(Triple Prestige)'라는 의미를 담은 '트레스티지 압구정'을 제시한 해안건축은 압구정3구역 1차 설계전 떄와 마찬가지로 '전 가구 100% 남향·한강조망'을 강조했다. 또 전 가구 실사용 면적이 평균 1.76배씩 증가, 늘어나는 면적이 세 업체 중 가장 크다고 홍보했다. 1가구당 2대의 전용 승강기와 서비스홀을 제공해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한 점도 특징이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한 층에 6가구가 있는데 승강기는 총 13대로, 내 집에 어떤 손님이 드나드는지 다른 집에서 아예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NU가 제시한 'AURA'는 두 업체와 달리 주동 3개를 일렬이 아닌 삼각형 구도로 배치, 동 간 거리 110m를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단지가 한강변과 접선하는 길이를 기존 270m에서 290m로 최대화했다. 단지 한가운데에는 폭 270m, 약 1만6000평(축구장 7.4배 규모)의 그랜드 아트 포레스트를 조성한다. 이밖에 예술작품을 전시, 보관할 수 있는 250평 규모의 개방형 수장고도 계획했다. 갤러리아 상가와 연계된 임대상가를 계획, 상업면적 750평을 임대해 분담금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0번지 일대 압구정 한양 1·2차 아파트가 포함된 압구정5구역은 기존 용적률 183%, 1232가구에서 용적률 300% 이하, 1540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5구역은 2~5구역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단지 내 상가와 공용도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압구정5구역 조합원 B씨는 "우리 구역은 상가 등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없어서 조합원들 간 협의만 잘 된다면 다른 구역보다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압구정이라고 너무 욕심을 내다간 3구역처럼 될 수 있으니 잘 타협하고 신통안을 잘 따라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이날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운영된다. 설계사 선정 총회는 11월 11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