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차주도 '한숨'…기준금리 그대로인데 대출금리는 고공행진

2023-10-26 16:00
코픽스 금리 4월 3.44%→10월 3.82%로
11월15일 이후 금리 상승폭 더 커질 수도

지난달 예금과 은행채 등의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8월(3.66%)보다 0.16%포인트 높은 3.82%로 집계됐다. 지난 6월 3.70%까지 올랐던 코픽스는 7, 8월 잇따라 하락한 뒤 반등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 올 4월 연 4.8%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한 A씨는 이달 은행으로부터 원리금 안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대출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연말부터는 금리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6개월 변동금리로 신청했는데 코픽스 금리가 오히려 더 오르며 월 이자를 10만원 이상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지며 '영끌족'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가 7% 넘어 8%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A씨와 같이 금리 인상 통보를 받는 차주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17일 기준 4.530~7.116%다. 올 4월 이들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4.18~6.22%였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금리 상단이 0.896%포인트 올랐다.

이는 주담대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와 코픽스가 오른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3일 4.797%로 연고점을 갈아치운 뒤 25일 4.725%를 기록했다.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이 국내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채가 상승하면서 은행연합회가 지난주 공시한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3.82%로 한 달 사이 0.16%포인트 올랐다. 이는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올해 기준으로 최고치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여도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이 끝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기존 차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말 3억5000만원을 금리 연 4.80%, 4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빌린 차주는 초기 월이자로 140만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달 대출 금리가 5.2%로 오르면 월이자는 원금을 일부 갚더라도 150만원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5월 이후 대출을 받은 차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시만 하더라도 코픽스가 3.44%로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됐는데 다음 달 공시되는 10월 코픽스가 이달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인상돼도 대출금리는 0.4%포인트 이상 오르게 된다.

문제는 주담대 금리가 더 상승할 여력이 남았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0월까지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연말엔 금리가 8%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도 전반적인 국채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채 금리 상승은 금융사 조달비용 상승 등 연쇄작용을 거쳐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주담대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