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왜구 약탈' 고려불상 소유권 日사찰에"…7년만 결론

2023-10-26 11:10
일본 민법 따라 '20년간 점유' 인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일본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의 것으로 결론났다. 소송이 제기된 지 7년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서산 부석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높이 50.5㎝·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 그러자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불상의 원소유자가 부석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이니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2016년 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불상이 당시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다"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넘어갔다"며 불상이 간논지 측 소유라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취득시효' 법리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간논지에 넘어갔다고 봤다. 일본의 옛 민법은 취득시효에 대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우선 "옛 섭외사법(현 국제사법)에 따라 동산의 점유자가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에 따라 그 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했는지를 판단하는 준거법은 그 취득시효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목적물인 동산이 소재한 곳의 법이 돼야 한다"며 "시효기간 만료 시점에 불상이 소재하던 일본에서 시행되던 민법이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법이 된다"고 전제했다.

간논지는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2012년 10월 6일 절도범에 의해 이 사건 불상을 절취 당하기 전까지 계속 불상을 점유했고 취득시효는 1973년 1월 26일 완성됐다.

대법원은 "불상이 고려시대에 왜구에 의해 약탈돼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을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간논지의 불상에 관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며 "불상이 문화재에 해당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서주 부석사가 현재 부석사와 같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