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흑연 수출통제에…업계 "대안 갖추고 있어"

2023-10-25 16:33
한국배터리산업협회, 2023 K-배터리 R&D 포럼

중국 정부가 12월부터 이차전지 음극재 사용되는 고순도 흑연의 수출을 통제한다. 미국에 맞선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지속되면서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그간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호주, 아프리카로 공급망을 넓혔고, 흑연을 대체할 물질들을 연구해온 덕에 '차세대' 음극재를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4일 협회가 주최한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중국의 조치는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단 미국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담을 앞두고 미중 전략 경쟁 차원에서 던지는 메시지라고 본다"고 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는 다음 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이 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번 기존에 임시 통제한 흑연 품목 3종을 민간용으로 생산했지만 군수용으로 전환 가능(이중용도)될 지의 여부를 따지겠다는 게 골자다.


일각에서 이차전지 음극재용 흑연이 중국이 언급한 '이중용도'에 해당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입장은 수입하는 주체가 누군지를 이전보다 더 까다롭게 들여다보겠다는 거지, 수출 자체를 막겠다는 '수출 금지'와는 다른 맥락이라는 관점에서다.

이에 박 부회장은 "이번 조치는 미국에 대한 리액션일뿐 이차전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산업부(산업통사자원부)도 이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국내 업체들은 수개월치 흑연을 확보하고 있고, 호주와 탄자니아 등으로 흑연 공급망을 확대해놓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이번 흑연 통제가 한국의 차세대 음극재 시장이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실제로 2023 K-배터리 R&D 포럼에 참가한 국내 중소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들도 이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재은 KC케미칼 연구소장은 "흑연과 음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다 보니, 신품을 사는 게 리사이클링하는 비용보다 저렴했다"며 "이제는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 보니 국내에서도 흑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곳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KC케미칼은 폐탄소제품에서 흑연을 추출해 음극재에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흑연을 쓰지 하는 음극재 업체에도 호재다. 백창근 니바 대표는 "이전까지 우리처럼 흑연을 쓰지 않는 리튬 메탈 음극재는 큰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국내 배터리 3사 및 굴지의 완성차까지 우리 제품을 쓰며 업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4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배터리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