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투뱅크라고요?"...카카오뱅크에 확산하는 '오너리스크 해결' 목소리

2023-10-25 17:00
사법절차 장기화 전망...카뱅 관계자 "오너 리스크 해소돼야"
지분 전량 매각하지 않는 한 '카카오' 이름은 유지 전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아주경제DB]

카카오 경영진의 시세 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뱅크 매각설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안팎에서는 하루빨리 오너 리스크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당국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공동 최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일찌감치 경영을 책임지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시세 조종 의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 금감원장은 본지와 통화하면서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 송치와 관련해) 시기적으로는 유동적인 것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3일 김 전 의장을 15시간 40분에 걸쳐 집중 추궁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에서 포토라인을 설치해 대기업 총수를 피의자로 소환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특사경이 카카오 측 혐의 입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금감원‧검찰이 시세 조종 혐의 입증에 성공해 법원이 최종 유죄 판결을 내리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자본시장법 포함),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대주주 결격사유 발생 시 금융당국은 은행법상 지분 10% 초과분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 안팎에서는 '오너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사경이 시세 조종 의혹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하더라도 김 전 의장 기소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사법 절차가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27.17%)와 함께 공동 최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27.17%)이 일찌감치 카카오뱅크 경영을 맡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뱅크 한 직원은 "시세 조종 의혹이 장기화하면 주가와 브랜드는 계속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투자증권이 오히려 더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벌써 한투뱅크라는 말이 나온다"며 "카카오가 지분을 매각하면 오히려 오너 리스크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인식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이 최종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카카오 지분이 10% 남아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라는 이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이름의 상징성 때문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지 않는 한 사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사법 처리 과정에서 카카오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면 전격적인 사명 교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