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예정자 정하고 들러리 섭외...변전소 제어시스템 입찰담합 제재

2023-10-25 12:00
공정위, 에스지파워텍 등 8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징금 8억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지털 축소 모자익 배전반(디축배전반)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대웅전기공업, 에스지파워텍, 삼영전기, 유성계전, 한신전기, 삼영제어, 신진전기, 청진산전 등 8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17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배전반이란 발전소나 변전소 등의 운전이나 제어, 전동기의 운전 등을 위해 스위치·계기·계전기 등을 일정하게 넣어 관리하는 장치를 말한다. 통상 전기 시설물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 계통의 감시, 제어 및 보호를 위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공급된 고압의 전기를 실제 사용하는 각종 설비에 맞도록 낮은 전압 및 정격으로 변환한다. 

배전반 가운데 이 사건 입찰담합의 대상이 된 디축배전반은 변전소 주 설비의 감시, 제어, 계측 기능을 통신방식으로 운영하는 중앙감시제어시스템으로 변전소에 설치되는 설비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디축배전반의 공공 조달시장에는 중소기업자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8개 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한전이 발주하는 77건의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이 사건 디축배전반 발주를 위한 추정가격 산정을 위해 1개 이상의 사업자에게 단선도 및 세부사양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견적서를 제출받았는데, 한전으로부터 견적서 제출을 요청받은 사업자가 주로 낙찰예정자가 돼 들러리를 섭외했고 들러리는 추후 자신도 관련 입찰에서 다른 사업자의 협조를 기대하며 담합에 참여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낙찰예정자는 섭외한 들러리의 입찰참가에 필요한 규격서 및 투찰가격을 작성·산정해 메일 등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담합을 실행했다.

오동욱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디축배전반 공공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은밀히 유지된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고 입찰 담합에 관한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이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