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여파 일파만파]중동 긴장에 유가 들썩…"글로벌 인플레 야기할 것"
2023-10-19 11:45
이란 "이스라엘에 원유 수출 금지" 주장에 유가 장중 3% 넘게 급등
인플레에 기름 부은 격…"세계 경제에 꼬리 위험"
연준·베네수엘라 제재 등 유가 향방에 영향
인플레에 기름 부은 격…"세계 경제에 꼬리 위험"
연준·베네수엘라 제재 등 유가 향방에 영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판도를 뒤흔든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 원유 시장 판도도 뒤흔들고 있다. 중동 주요 산유국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를 주장하면서 국제 유가가 장중 단숨에 3%나 급등했다. 중동발(發) 인플레이션 충격이 안 그래도 헉헉대는 세계 경제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이 아랍 국가의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를 주장하자 국제 유가가 약 2%나 급등하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근월물)은 1.60달러(1.8%) 오른 배럴당 91.50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66달러(1.9%) 오른 88.3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월 배럴당 약 72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호시탐탐 100달러 선을 엿보고 있다.
이 발언이 나온 후 브렌트유는 3.5%나 급등했다. 다만, 유가는 장중 상승 폭을 줄였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지구 공습을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에 대한 원유 수출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은 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폭격 사건으로 중동 전역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하는 등 중동 국가들의 분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S&P는 “중동 분쟁 심화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추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급 충격이 없더라고 최근 사건에 대한 에너지 가격 민감성은 겨울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예상했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중동 갈등이 이미 취약해진 세계 경제를 더욱 옥죌 것이란 분석이다.
S&P는 이·팔 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이란이 개입한다면 세계 경제에 ‘극심한 꼬리 위험(tail risk·극단적인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리스크)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폴 데일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위험 요소는 중동 사태가 내년 인플레이션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봤다.
유가 향방을 좌우할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 둔화와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9월 소매지표가 서프라이즈를 나타내는 등 미국 경제가 계속 호조를 보이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36.9%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5.5~5.75%로 오르게 된다.
다만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는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정부, 여당, 야당 대표단이 내년 하반기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는 것에 합의함에 따라 이날 베네수엘라에 대해 석유·가스 관련 거래를 6개월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