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경영 정상화 검증 무산된 대유그룹...그룹 자산 매각도 첩첩산중
2023-10-17 16:16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17일 예정됐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그룹이 겪고 있는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 경영 정상화 등에 대한 오너의 의지를 검증할 기회가 무산됐다. 정치권은 박 회장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 고발 등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노동계도 “국민과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악화,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협력사 대금 지급 문제 등 정상화를 위한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보유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위축으로 부동산 매각 등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불안한 임직원을 다독이고, 여론 악화를 잠재울 수 있는 기회를 박 회장 스스로 저버리면서 그룹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눈물의 임금체불...정치권·노동청 "국세청, 공정위, 검찰 등 협력해 엄정 대응"
이날 박 회장이 국정감사장(이하 국감장)에 불출석하면서 대유위니아 임금체불 사태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박 회장은 550억원대의 임직원 임금체불 문제를 1년 이상 방치하면서 본인은 지난 4년간 330억원의 연봉을 받았고, 작년에도 77억원의 연봉을 받아 재계(고액연봉)순위 6위권에 올랐다"면서 "주식과 배당수익, 비상장계열사의 보수 등 미집계 금액을 합치면 박 회장이 수령한 임금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력 계열사가 2021년부터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음에도 성남에 신사옥을 짓고, 남양유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실패했으며, 미국 페이퍼컴퍼니인 위니아아메리카유한회사를 통해 대형 빌딩을 매입하면서 차녀에게 불법 증여하려고 한 의혹이 포착된다"면서 "무리한 방만 경영, 상호출자, 편법 증여 등이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의 원인이 된 만큼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임금체불 기업은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자본보다 부채가 3배 더 많아...글로벌 자산시장 위축에 부동산 처분도 난항
대유위니아그룹 지배구조는 박 회장 오너일가→동강홀딩스→대유홀딩스→주요 계열사 등으로 이어진다. 박 회장 일가는 최상위 지주사인 동강홀딩스 지분 37.36%를 보유하고 있고, 동강홀딩스는 다시 중간 지주사격인 대유홀딩스 지분 70.42%를 보유하고 있다. 두개의 지주사 아래에 대유에이텍, 대유플러스, 위니아, 위니아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각 계열사 간 지분출자와 자금대여, 지급보증 등 채무관계가 얽혀 있어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룹 주머니 사정을 관통하는 동강홀딩스의 재무 상태만 놓고보면 이번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 회사는 412억원의 유동자산과 3646억원의 비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비유동자산 가운데 투자자산은 1138억원, 토지·공장·건물 등 유형자산은 2271억원 규모다. 문제는 투자자산 가운데 대부분이 지분법이 적용되는 자회사 지분으로 묶여있어 실제 처분이 가능한 증권은 734억원에 불과하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임금 및 퇴직금, 협력사 채무 등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1146억원 정도인데 비해 보유한 부채총계는 3038억원으로, 유동자본의 3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야 정상인데 수백억원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던 기업이 1~2년 만에 이렇게 재무구조가 악회된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적자 누적, 무리한 인수합병, 복잡한 순환출자 등으로 주력 계열사가 망가졌는데도 성남 사옥 확장,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것이 부메랑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박 회장은 중국 톈진 공장, 멕시코 공장 등 해외 자산 매각과 회생절차 등을 통해 체불임금 변제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에는 주요 자산인 경기 포천에 있는 골프장 몽베르CC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시장 위축으로 처분이 쉽지 않은 데다 몽베르CC의 경우 매각 희망가가 3200억원대에 달해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이 원하는 가격에 매수자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회원 보증금, 부채 등을 빼면 실제 쥐는 돈은 1000억원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박 회장이 자력으로 임금체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위니아전자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국감 출석까지 불발돼 정치권이 칼을 겨누면서 앞으로 박 회장 일가가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니아는 브랜드 로열티가 높고 해외 매출이 탄탄해 인수 의사를 보이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500억원이 넘는 임금채권이 패키지로 따라오는 구조라 원하는 가격을 조율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