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韓, 대만에 잠수함 기술 유출업체 기소 시 中 보복 우려 감안"

2023-10-16 16:33
한국 정부, SI이노텍 기소 당시 진술서에 中 사드 보복 재연 우려 표명
대만, 지난달 '자체 제작' 잠수함 하이쿤함 발표

지난달 28일 대만의 자체 제작 잠수함 명명식 및 발표식에 참석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에서 둘째)[사진=UPI·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작년 국내 조선·기자재업체 SI이노텍을 대만에 잠수함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할 당시, 중국의 사드 보복 재연 우려를 감안했다고 로이터가 입수한 경찰 문서 및 관계자들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경찰은 법원에 SI이노텍의 박무식 회장 구속을 신청하는 2022년 2월 17일자 진술서에서 2016년 발생했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 등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술서는 SI이노텍이 대만에 잠수함 제조 설비를 제공한 행위가 "한국의 전체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방산 수출 담당 기관인 방위사업청(방사청)과 논의 결과 "경제 보복과 같은 2차 사드 사태와 유사한 위기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방사청이 한 하청업체에 전한 바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대만에 대해 "수출 우려"가 있으며, 대만으로의 방산 수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진술서는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 여러 잠수함 관련업체들은 대만과의 거래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경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유"로 거래 승인을 하지 않아 이를 피하고 있다고 진술서는 언급했다. 

대만 독립 주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행여나 한국업체들의 대만 지원을 구실로 수출 제재 등을 내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박 회장에 대해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작년 2월 28일 구속을 명령했고 이후 박 회장에게는 집행유예, SI이노텍은 벌금형이 선고됐다. 박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내 방산업체 금하네이벌텍과 S2&K 역시 대만과의 거래 혐의로 작년 11월에 기소됐고, 그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은 산업 스파이 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비공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재판 과정에 있어서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반영됐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한 하청업체는 한국 외교부가 금하네이벌텍과 대만 간의 거래를 "완전히 반대"하면서 그러한 의사를 방사청에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결국 SI이노텍의 진술서와 군부, 조선업계 및 법조계 관계자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악화에 대해 매우 고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조사관은 SI이노텍 수사와 관련해 당시 문재인 정부로부터의 압박은 없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가 한국에 압박을 가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로이터는 언급했다.
 
대만 '자체 제작' 잠수함 건조
한편 대만은 지난달 28일 남부의 가오슝항에서 첫 자체 개발 잠수함인 '하이쿤'함을 선보였다. 이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16년 총통 취임과 함께 시작한 신형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 중 첫번째로, 대만은 하이쿤 함의 부품 중 40%가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2025년까지 총 8척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위협이 날로 강도를 더해만 가고 있는 가운데 군사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는 대만은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위협에 맞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와중에 대만은 SI이노텍을 포함해 방산업체들에 근무하고 있는 퇴역 한국 해군 장교들에 접근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 국방부의 해외 취업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SI이노텍은 2019년에 대만국제조선공사와 1200만 달러 상당의 기자재 및 설비 제공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직원들이 대만에 파견돼 잠수함 건조 업무에 직접 참여하는 식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들 중 한 명은 한국 해군의 최신 잠수함인 3000t급(장보고-3급)의 설계 도면 일부를 대만 측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