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통일 AI 시대' 커밍순 …한·중·일 이통사, 네크워크 경쟁력 공조

2023-10-16 05:00
KT·차이나모바일·NTT도모코 AI 윤리강령 발표
광저우에서 글로벌 AI 콘퍼런스…5만여 韓·中·日 업계 관계자 참석
통신·AI 결합 강조…2027년 전 세계 관련 시장 규모 20조원 전망
KT, 초거대 AI '믿음' 기반 풀스택 전략 추진…기업 AI 전환 공략

KT·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관계자가 13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통신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을 위한 백서' 발간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 공개를 앞둔 KT가 중국·일본 1위 이동통신사와 AI 개발자 행사를 개최하고 통신(Telco)과 AI의 결합으로 미래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 조망했다. 행사에서 KT는 김영섭 대표가 제시한 'AI 풀스택' 전략을 토대로 기업이 AI 개발·운영에 필요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함으로써 AI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1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함께 13일 중국 광저우에서 '글로벌 AI 콘퍼런스 2023' 행사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한·중·일 통신사업자 협의체인 SCFA 산하 AI 워킹그룹이 주관하는 행사로 지난해 서울에 이어 올해는 중국에서 진행했다. 약 5만명에 달하는 한·중·일 AI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전문가들 강연을 들었다.

세 이통사는 '개방형 AI 생태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자사와 AI 사업 파트너들이 개발 중인 AI 기술과 활용 사례에 관한 발표를 했다. KT는 일반 이용자용 메타버스 플랫폼인 '지니버스'에 믿음 기반 생성 AI 기술을 적용해 실감 나는 사이버 공간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KT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리벨리온은 각각 인슈어테크(보험+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AI 모델과 엔비디아를 대체할 차기 AI 반도체 로드맵을 공개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기업들이 통신과 AI를 결합해 AI 전환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장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NTT도코모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관리 방안의 어려움과 해법을 제시했다. 화웨이는 AI를 활용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방안을, 엔비디아는 생성 AI 학습·추론(실행)의 어려움과 자사 AI 반도체(GPU)를 활용한 해결법을 제안했다.

AI 워킹그룹장을 맡고 있는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장은 “이번 행사에서 기존보다 강화된 한·중·일 통신사의 협력과 향상된 AI 기술 경쟁력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KT는 글로벌 AI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AI 개발자 행사를 계속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AGI 시대 이통사 경쟁력 더 커진다...AI 윤리강령 준비

KT·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는 이날 함께 만든 '통신 AI 산업 발전을 위한 백서'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AI 윤리강령을 발표했다. 

윤리강령은 △AI 기술과 제품 개발은 공정성·차별금지·투명성·해석가능성을 따라야 함 △자원과 기술 공유는 표준화와 개발형 생태계를 통해 강화해야 함 △책임 있는 AI 개발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 이통사는 향후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윤리강령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KT가 윤리강령을 발표할 정도로 AI 모델 개발이 진척됐고 조만간 믿음과 파생 AI 서비스 공개에 나설 것으로 본다.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오픈AI가 공개한 챗GPT의 등장 후 전 세계적인 AI 골드러시가 시작됐고, 이통사들도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한 독자적인 초거대 AI 전략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물·전기·통신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기업 비즈니스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AI도 전통 산업의 지능화(인텔리전스)를 끌어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GI)이 등장하면 AI는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AI 모델을 개발·운영하기 위한 컴퓨터 자원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함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예측에 따르면 AI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전년보다 25.6% 늘어난 671억 달러(약 90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AI 칩 매출은 매년 두 배씩 성장해 2027년에는 1194억 달러(약 16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KT·차이나모바일·NTT도코모는 '통신 AI(Telecoms AI)'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통신(레거시사업)과 AI(신사업) 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사 매출·영업이익에서 통신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대신 AI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매출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세 이통사는 AGI가 현실화하면 탄탄한 AI 인프라를 갖춘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는데, 빅테크에 버금가는 데이터센터와 자체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이통사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통신 AI 시장 규모는 2020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42.6%씩 성장해 2027년 150억 달러(약 20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T,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관계자가 13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통신 AI 산업의 발전을 위한 백서' 발간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

◆디지코→AI 풀스택으로 구체화...기업 AI 전환 파트너 자처

KT는 통신 AI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회사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다양한 디지털 전환 사업을 전개하며 통신 AI 시대를 대비했다. 관련 매출도 180억 달러(약 24조4000억원)를 넘은 상황이다.

김영섭 대표 취임 후에는 목표지향적인 AI 연구개발과 이를 토대로 한 'AI 풀스택' 전략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AI 풀스택 전략에는 KT가 한국 최대 데이터센터 용량과 클라우드 서비스와 5G 공공·사설망 등을 저렴하게 제공함으로써 기업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풀스택 전략의 핵심은 KT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믿음이다. KT는 믿음을 개발하고자 서울 우면연구센터에 대규모 AI 연구개발 조직을 꾸리고 트랜스포머를 포함한 다양한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했다. 이어 금융·법률 등 AI를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구분하고 시장에 맞는 최적의 모델 학습에 나섰다.

실제로 KT는 기업이 자신의 필요와 선호도에 따라 AI 모델을 맞춤 설정할 수 있는 언어모델 플랫폼 '지니랩스'를 지난 6월 공개한 데 이어 조만간 '믿음 스튜디오 아키텍처'도 공개할 방침이다. 기업 고객이 자사 수요에 맞춰 AI 모델을 미세조정(파인튜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KT는 금융 영역에서 초거대 AI 도입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관련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금융사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초거대 AI가 정리·분석·요약해 의사결정권자(C레벨)들이 미래 성장을 위한 통찰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거대 AI를 활용한 회의 요약, 문서 내 중요 내용 강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권 종사자의 업무 효율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KT는 고객 수요에 맞춰 자사 AI 모델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AI 모델도 함께 제공해 기업 최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초거대언어모델(LLM) 플랫폼 '허깅페이스' 리더보드에서 성능 1위를 차지한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자체 언어모델 개발과 미세조정에 강점이 있는 업스테이지와 협력해 기업과 공공기관을 공략한다. 이날 행사에서도 김재범 업스테이지 언어모델 앱스 팀리더가 인슈어테크 시장에서 생성 AI 활용 사례와 업스테이지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LLM '솔라'에 관해 설명했다.

KT는 AI 콜센터(AICC)·AI 상담·AI 검색 등 믿음을 활용한 응용 AI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KT의 AI는 헬스케어·의료·로봇·교통·육아돌봄·노인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AICC는 국내 최대 규모 콜센터를 보유한 KT가 자신 있게 추진하는 사업이다. AI가 반복적인 업무와 고객 단순 문의(FAQ)를 대신 처리해 상담원은 심도 있는 전문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다. KT는 AICC를 활용한 FAQ 제공과 고객상담 내용 실시간 자동 요약 등을 도입해 고객 요청 완료에 걸리는 시간을 20초에서 5초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21년 10월부터는 소상공인을 위한 구독형 AICC 서비스 'AI콜'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 위치와 영업시간, 주차 등 고객의 단순 질문에 대한 응대를 AI가 대신하고 예약까지 대신받는다. 올해 3월 기준으로 3만2000명의 소상공인이 서비스에 가입했고, 서비스 출시 후 3000만건이 넘는 문의 전화를 대신 처리했다.

KT는 기업이 하드웨어 인프라 비용 문제로 초거대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기업뿐 아니라 리벨리온·파두 등 국내 AI 반도체업체와 협력을 강화했다. 클라우드를 통해 AI 반도체 하드웨어는 물론 AI 모델과 반도체를 연결하는 라이브러리(SW)를 제공하고, 'HAC(Hyperscale AI Computing)' 등의 기술을 통해 AI 모델 운영비를 한층 절감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리벨리온에서 AI 반도체 프로덕트 리드를 맡고 있는 이재경 박사는 "AI 반도체의 본질은 처리 과정(Compute)과 메모리 데이터 주고받기를 바탕으로 각 산업 영역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라며 "리벨리온은 우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추론 엔진을 만들고, 이를 각 산업 영역에 맞게 최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KT 등 주요 산업 분야 리더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의 AI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이통사의 초거대 AI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SK텔레콤(SKT)은 지난 7월 독일 도이치텔레콤 아랍에미리트 E&·싱가포르 싱텔 등과 '텔코 얼라이언스'를 만들어 초거대 AI 관련 기술·사업 협력과 실리콘밸리에 공동 출자한 AI 자회사 설립 등을 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코난테크놀로지·스캐터랩·페르소나AI 등 국내 유망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K-AI 얼라이언스'로서 글로벌 시장에 공동 진출할 계획이다.
 
이주철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팀장이 13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글로벌 AI 콘퍼런스 2023'에서 B2C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