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심 쓰는 금융당국] 대책에 또 대책 내놔도...금융사고 도돌이표

2023-10-12 18:00
금감원 "지난해 혁신방안 일정대로 추진 중"
횡령 회수율 9% 불과…해고 조치, 타업권 대비 낮은 48.9%
기준 명확화·구속력 부여 목소리 잇따라

[사진=아주경제DB]

금융당국이 장기근무자 순환 배치, 명령휴가제 도입 등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부 도덕불감증에 경종을 울릴 만한 엄격한 책임 추궁의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권 내부통제 점검 및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당초 일정대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방안에는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체계 마련 △명령휴가 제도 마련 △시스템 접근통제 고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지난 9월 한 달간 추가 점검결과를 통해 개선점들이 발견됐다며, 보완을 다짐했다. 당국은 보완사항으로 △순환근무 예외 직원에 대한 별도 사고예방대책 △직무분리 대상 직원 현황 업데이트 △전산시스템 구축 사유로 늦어지는 일부 과제 목표 달성 시한 단축을 선언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당국의 이 같은 내부통제안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여전하다. 강도높은 징계 처분과 피해 금액 회수 방안 확립 등 구속력 있고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2017년~2023년 7월) 은행권의 내부 횡령사고에 대한 회수율은 9.1%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권을 제외할 경우 금융업권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업권별로 보면 △신용카드 100% △상호금융 59.7% △증권 50.9% △저축은행 34.9% △보험 18.3% △자산운용 12.1% △여전 10.8%를 기록했지만, 대부업(0.1%) 제외 시 은행권만 유일하게 한 자릿수대 횡령 회수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고 186건에 대한 징계조치 결과를 보면, 가장 강력한 처분인 '해고' 조치는 91건으로 48.9%에 불과했다. 보험 94.4%, 상호금융 93.4%, 증권 78.6%에 비해 낮은 수치로, 대부분 경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다. 횡령사고 186건 중 외부 수사기관에 고발·고소한 건수 역시 39.2%(73건)에 불과했다. 해당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는 은행권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이 원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당국의 내부통제안 구속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 내 임원들에 대한 관리 조치 의무가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면 제재가 감면되도록 하고 있는데, '상당한 주의' 등 일부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제도뿐 아니라 내부통제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관리 의무까지도 법으로 명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권은 오는 17일 열리는 금감원 국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감원 국감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증인대에 선다"며 "그간의 금융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규명과 그에 대한 보완책 논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