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의 그늘] 기업대출 늘었는데 고금리 장기화…투자심리 악화 직격탄

2023-10-12 05:00

고금리 장기화, 경기 침체 우려 속 국내 기업의 건전성은 악화하고 있다. '빚더미'에 앉아 이자 부담마저 어려운 기업이 적지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환율이 치솟으며 외화 빚 이자 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불안감에 외국인은 '셀코리아'에 나서며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6월부터 매월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6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외국인이 매도한 규모는 6조3883억원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7, 8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9월 들어선 1조2208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외국인들은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따라 신흥국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채권, 달러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연일 늘고 있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산업별대출금)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713조1000억원) 대비 7.57%(129조7000억원) 증가했다. 2020년부터 기업대출은 매년 증가세다.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세다.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 모두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말보다 0.12%포인트(p) 올랐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3.63%로 1.83%p나 상승했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기업들이 외화로 빌린 부채 부담 또한 커졌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비금융기업의 단기 외화부채 규모는 178억2270만 달러, 장기 외화부채는 1371만753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단기 부채의 규모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4.83%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190억 달러를 넘겼다. 장기 부채의 경우 1분기 1377만257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에서 연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부담을 키웠다.

반면 이익은 감소세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5% 감소했다. 순이익도 57.9%나 줄었다.

기업 이익은 감소세를 보이고 대출 규모와 연체율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선 실적 회복과 환율이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환율은 당분간 고점이 높아질 가능성이 열려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방향성이 달러 강세로 쏠린 점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75원 수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4분기 평균은 1330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