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화물 매각 시도에…LCC "항공기 매입·화주 확보 부담" 난색

2023-10-12 05:00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를 이관받아야 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량만큼을 운송하려면 10여대의 기재가 추가로 필요한 데다 이관받아도 수익 창출 여력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CC업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내놓을 화물사업 인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화물사업 중복노선 우려를 제기한 노선에 대해 국내 LCC를 대상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LCC업계로서는 우선 화물 항공기 추가 매입 부담이 크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화물기 운송량은 332만436톤으로 대한항공이 146만8298톤, 아시아나항공이 68만6075톤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계열사를 제외한 LCC 중에서는 에어인천이 3만7783톤을 운반하며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제주항공(2만5169톤), 티웨이항공(1만7121톤), 에어프레미아(8341톤) 등 순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량만큼 늘리기 위해서는 유럽까지 도달하는 화물기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제주항공은 B737-800 화물기 1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18톤을 운반하는 데 그친다. 아시아나항공의 B747의 경우 100톤을, B767은 57톤 규모를 운반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체격 차이가 크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현재로서는 장거리 노선 운항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조 단위를 쏟아부어 기재를 투입할 가능성이 적다. 

그나마 내년 3분기 말부터 대형 화물기 B777-300ERSF 5대를 도입하기로 한 에어인천과 중장거리 여객기를 보유한 티웨이항공이 운항 여력이 있다. 최근 부진한 항공화물 업황이 걸림돌로 꼽힌다. 글로벌 대표 항공 화물 운임 지수인 TAC지수의 9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4.9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며 항공화물 운임은 2018년 1월 ㎏당 4달러에서 2021년 12월 13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물동량 감소로 운임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화물사업은 코로나19 기간 항공사 매출 73%를 담당하며 여객수요 부진을 지탱해줬으나 현재는 20%대까지 줄어들었다. 

화주 확보 어려움도 적지 않다. 화물사업은 장기간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가 중요한 사업이다. LCC가 화물사업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기존 계약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험이 적고 신뢰도가 낮은 LCC보다 대한항공과의 계약을 선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내식 부문 매각처럼 화물 항공기뿐 아니라 영업부문 인력 등까지 포괄해 LCC에 이관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단기적 수익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결국 항공사 간 경쟁인 만큼 장기적인 수익 확보 방안이 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화물사업 매각 등을 포함한 경쟁 제한성 완화 시정 조치안을 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완화 조치에 구조조정이 동반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EU의 합병 승인 발표가 11월이 아닌 해를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아지면서 직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