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국제유가 급등…KDI "대내외 불확실성 상존"

2023-10-11 12:00
10월 경제동향 발표…물가 상승 자극해 소비여력 제약

9월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미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하면서 경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KDI는 8월 경제동향에서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회복세를 부각했지만 9월에는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경기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경기 부진의 점진적 완화'라는 표현을 다시 썼지만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 영향으로 급등한 국제유가 등 경기 반등을 제약할 수 있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DI는 경기 부진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7월(-1.5%)의 감소에서 1.5%의 증가로 전환했다. 특히 같은 달 광공업생산은 AI서버 관련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반도체(8.3%)가 증가로 전환되면서 감소폭이 -0.5%로 축소됐다. 

다만 반도체 수출·생산 증가에도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유가 상승 등의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제조업 기업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제유가도 오르면서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거래 확대와 여행수요에 힘입은 서비스 소비의 완만한 증가세에도 실질소득이 줄면서 상품 소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4.8%로 줄었다. 고물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확대되며 상품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8월 설비투자는 -14.9%로 7월 -11.2%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고금리 장기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투자 여건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투자는 지표상으로 높은 증가세지만 주택 관련 선행지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12.3%로 7월 10.5%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주택 인허가 및 착공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향후 건설투자의 증가세를 제약할 가능성으로 꼽힌다. 

노동시장은 취업자 수 증가세와 고용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모습이다. 8월 취업자 수는 기상여건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며 7월 21만1000명에 비해 더 늘어난 26만8000명이 증가했다. 

KDI는 세계경제의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통화긴축과 중국의 경기둔화, 유가 상승 등 하방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급등으로 고물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주요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심리가 기준을 하회하거나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