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이어 헌재소장 '공백' 우려…'후보추천위' 신설 힘 실리나

2023-10-11 05:00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 1988년 이후 35년 만에 발생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헌법재판소장 임명 과정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헌재소장 임명 과정에 '후보 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대통령 임명권과 국회 동의권 충돌로 인한 '사법 수장 공백'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내달 헌재소장 임기 만료…새 대법원장 후보 원점 검토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남석 헌재소장은 다음 달 10일로 6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대통령실은 현재 공석인 대법원장 인선은 물론 후임 헌재소장 후보자도 함께 지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통령실은 현재 새로운 후보자 인선을 원점에서 검토 중이다. 후보자 검증과 지명, 인사청문회와 표결 등에서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자리는 연말까지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내년 1월까지 장기화할 경우 대법관 임명 제청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 중단된 전원합의체는 물론 대법원 소부 재판도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도 전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사법부의 어려운 상황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협조를 부탁한다"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사법부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인선 준비와 함께 후임 헌재소장에 대한 물색에도 함께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례를 보면 헌재소장의 경우 임명에서 표결까지 최소 1개월가량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소장에 대한 최종 동의권 역시 국회가 쥐고 있다. 헌법 111조 4항은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최근 여야 간 정쟁이 격화한 가운데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7년 당시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주도로 김이수 전 재판관에 대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전례도 있다.
 
정쟁 갈등 최소화·인선 기간 단축 효과…"인사 합의 수월"
법조계에서는 '여소야대' 구조에서 사법부 수장 공백이 현실화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대법원장·헌재소장 임명 과정에 후보추천위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후보추천위의 1차 검증을 통해 정쟁 갈등을 최소화하고, 인선 기간 단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대법관과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대해서는 후보추천위를 통한 인사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후보추천위를 두면 과거 경력·자질이나 윤리 문제를 기존보다 투명하게 심층 확인하는 효과가 있다"며 "국민들이 납득 가능한 수준의 검증 결과를 내놓는다면 국회와 대통령도 인사에 관한 합의를 하기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후보추천위 도입을 통해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기존보다 추가 인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정관영 변호사(법무법인 라움)는 "후보자에 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현행 시스템과는 달리 추천위가 후보군을 검증하는 구조라면 동의안 부결 시에도 절차적으로 인선 과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대법원장 후보추천위 신설과 헌재소장의 후보추천위 신설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지난 3월과 7월 각각 발의한 상태다.
 
황정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대법관·검찰총장 추천위원회처럼 사법부나 행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후보군을 3배수로 압축해 검증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추천위를 거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