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美 장기 국채금리 폭등…'남의 일' 아니다
2023-10-11 06:00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몇 달째 폭등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만 하더라도 3.9% 내외에 불과하던 10년 만기물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10월 3일 4.81%로 뛰었고 30년 만기 물은 같은 기간 3.8%에서 4.95%로 폭등했다. 석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장기 국채 수익률이 3.8~3.9%에서 4.8~4.9%로 23%나 오른 것이다. 현재 4.8%에서 4.9%를 유지하는 장기 국채 수익률은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 국채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10년물 국채의 2023년 1월 가격지수는 115.08이었는데 10월 3일에는 106.64로 7.3% 떨어졌고 30년물도 같은 기간 131.38에서 110.66으로 15.8% 추락했다. 특히 지난 7월에 비해 10년물 가격지수는 111.97에서 106.64로 석 달 사이 4.8% 하락했고 30년물 가격지수도 124.69에서 110.66으로 11.3% 급락했다. 정리하면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은 최근 석 달 사이에 10년물은 5%, 30년물은 11% 이상 폭락하여 2007년 이래 16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시장금리도 따라서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30년물 주택금융(모기지) 금리는 6월 7.2%에서 10월 3일 7.9%로 급등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서 실물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혼란이 일어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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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장기 국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설명은 매우 분분하다. 일단은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 장기 국채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장기 국채 가격의 하락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잠재되어 있다. 하나는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계속해서 미국 국채 발행을 늘여야 할 것이라는 배경이 있고 다른 하나는 2022년 6월부터 매달 950억 달러 규모씩 국채를 계속 매각하던 정책을 연준이 지속하면서 시장에 국채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배경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하나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꾸준히 인플레이션 통계가 가라앉으면서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금년 중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늦어도 내년 중에는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준이 관리하는 물가인 근원개인소비지출물가(core PCE)가 4%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7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동시에 금년 중 1회 혹은 2회 추가로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장기 국채 시장의 수요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분위기가 매우 불안해졌다는 점이다. 영국은 물론 이탈리아 등 재정적자에 대해 민감해지면서 영국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 단계를 낮춘 데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예산과 국가 부채에 관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의 위험도가 크게 고조되었다. 그 위에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한 대규모 파업이 전국 곳곳에서 발발했다. 이런 경제 외적인 요인들이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를 크게 추락시켰다는 설명이다.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국내외 수요 하락은 그대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익률 보상, 즉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을 올려 달라는 요구로 반영되어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 대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어떤 설명도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폄하했다. 공급 증가도 수요 감축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장기 금리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시장의 판단은 확연히 다르다. 무엇인지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어도 장기 금리가 석 달째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심각한 장기 금리 상승 고착화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향후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 향방은 첫째, 미국 GDP 대비 7%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미국 의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축할 것인지, 둘째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하할 것인지 그리고 월 950억 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그리고 셋째로 미국 민간 금융기관과 세계 금융기관이 미국 국채를 얼마나 사 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먼저 재정적자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메디케어 예산이나 사회보장지출 예산 삭감은 민주·공화 양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므로 획기적으로 봉합되기 어렵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 없이 애써 외면하면서 대충 봉합하는 수준으로 의회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민간 부문의 임금 인상 요구가 사회적 갈등으로 고착화되면서 심각한 정치력의 침식(GOVERNANCE EROSION)이 현재화할 것이다. 이런 외부적 요인들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켜 가격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연준의 내년 기준금리 인하도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적극적이지 못할 것이다. 금년 중에 한 번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한 가운데 내년 중에도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밖에 내리지 못할 것이므로 내년 말 기준금리는 5.25~5.50%가 될 것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국채와 MBS를 매각하는 양적 긴축 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정책과 양적 긴축 지속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의 관측도 당분간 연준이 양적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또한 국채 공급을 늘이고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추락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일어나야 한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빨리 가라앉으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으려면 경제가 식고 고용시장 침체가 가시화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식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기준금리를 낮춘다 하더라도 경기 침체 자체가 채권시장 수요에 긍정적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셋째로 민간 부문, 즉 미국 민간 금융기관과 연기금은 물론 외국 중앙은행이나 투자기관들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줘야 한다. 현재 약 33조1000억 달러인 미국 국채는 연준 5조 달러를 포함하여 미국 정부가 약 7조4000억 달러(22.4%) 그리고 민간 보유가 25조7000억 달러(77.6%)이고 이 중 외국 보유 금액은 7조5000억 달러(약 22.7%)다. 외국 기관을 포함하는 민간 부문 보유 규모는 연준 보유 규모의 5배, 외국 기관 보유 규모의 3.4배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 때문에 국채 공급이 늘어나고 연준이 자산 매각을 계속 하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흡수해 줄 수 있다면 장기 국채 가격은 급락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수익률도 급등세를 멈출 것이다. 미국 민간기관이나 외국 투자기관들이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사려면 미국 경제와 미국 인플레이션, 미국 정치,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신뢰로 꾸준히 지속되던 장기물 국채 수요가 최근 몇 달간 크게 흔들린다면 무언가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증거일 수가 있다.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수익률이 급등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에 투자한 투자가들은 상당한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축에다 가격이 폭락한 미국 국채보다 우리나라 국고채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국고채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국고채 가격도 동조적으로 떨어지고 따라서 국고채 수익률과 시장금리 또한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고채 수익률도 최근 몇 달간 오름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3.58%이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0월 4일 4.35%로 올랐고 30년물도 같은 기간 3.58%에서 4.9 21%로 올랐다. 이렇게 되면 국고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 국채 가격 폭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