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전쟁 언제까지] 밀크·슈거·술값에 공공요금까지 줄인상...3%대 천장 뚫리나

2023-10-05 16:30
생활물가, 전년 동월 대비 4.4%↑
우유·맥주 가격 인상...식품 물가 들썩
공공요금도 오른다...서민 허리 휜다

 
[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 직후 '물가 쓰나미'가 다시 한번 몰아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원자재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는 데다 상반기 중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주춤했던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2%대 물가 안정'은커녕 3%대 위도 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추석 지나니 '비상'...식음료값 도미노 인상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4%나 뛰었다. 3월(4.4%) 이후 6개월 만에 4%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생활물가 부담은 추후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던 식품 가격, 공공요금 등 인상분이 줄줄이 반영되면서다. 이미 이달 1일부터 원유(정제 전 우유) 기본 가격 상승 여파로 유제품 값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흰 우유 900㎖ 제품은 편의점 가격 기준 3000원을 넘어섰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유를 원료로 쓰는 아이스크림과 빵 등의 가격도 잇따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우유 가격이 오른 뒤 빵, 아이스크림 가격이 각각 6%대와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맥주값도 인상된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기로 했다.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설탕 가격 상승도 확인되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월 t당 500달러 수준이던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t당 757.40달러로 1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유가와 고환율까지 식품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 등이 오르면 생산 비용이 뛸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이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기준 11개월 만에 연고점을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올라...3%대 물가 위태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된 상태다. 연초에 서울 택시 기본요금, 지난 8월 버스 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지하철 요금까지 인상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은 오는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뛴다. 부산도 6일부터 시내버스 요금과 도시철도 요금을 동시에 인상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요금은 350원, 도시철도 요금은 150원 올린다. 

3분기에 동결했던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변수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1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3.7% 중 0.69%포인트를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끌어올렸다.

이에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는 물론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망한 연내 물가 상승률 3.3% 사수도 위태롭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2.7% 안팎이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오른 이유는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인 탓"이라며 "10월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3% 초반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8월, 9월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게 (향후 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조금 높아질지 상황을 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