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1%대 추락하나] 온 힘 다해도 '제자리 걸음' 위기

2023-10-05 05:00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직된 고용시장 개선 난망
"이미 1%대 진입" 지적도, 日경제 비슷하게 흘러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 국가의 경제 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2%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인구 구조 개선과 노동시장 개혁에 따른 생산성 제고 없이는 이미 하락 구간으로 진입한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방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4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정 투입이 줄고 수출 반등이 미뤄지는 상황이라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동력이 급격히 식어가는 모양새다. 잠재성장률은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부작용(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특히 노동 생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인구·통계학적 압력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 확대를 저해하고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3738만명에서 2040년 2852만명, 2060년 2066만명 등으로 줄어든다. 향후 20년 내에 생산가능인구가 900만명 가까이 사라지는 셈이다.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대가 줄어들면 부가가치 창출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지만 생산성은 청장년층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부양 부담 확대, 총 인구 감소 등은 소비 시장 위축과 기업의 투자 유인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근로소득세 등 조세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을 위한 연금·재정 지출은 늘려야 하는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경직된 노동시장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3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64개국 중 28위에 올랐지만 노동시장 부문에서는 39위에 불과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의 탈(脫)한국을 막고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개혁 없이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피할 도리가 없다. 

나라 밖의 시선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00∼2007년 3.8%, 2007∼2020년 2.8% 수준을 보이다가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 등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4년 전부터 잠재성장률 1%대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공공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