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8% 급상승…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채권 시장 직격탄
2023-10-05 11:22
글로벌 시장금리 기준치인 미국 국채 10년물이 연휴 사이 급등하며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폭락했고 한국 국채 10년물은 장중 8% 이상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 만에 최대 10% 가까이 급락했다.
4일 국내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오전 장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2.4bp(1bp=0.01%포인트) 상승한 4.108%를, 10년물은 32.1bp 상승한 4.351%를 기록했다. 3년물 4%대는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1년여 만이다. 10년물은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이후 4%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3%포인트 급등한 4.685%로 마감했다. 금리는 장중 한때 4.7%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7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7%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약 1%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날 새벽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건(7.7%)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880만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47.6)보다 크게 개선된 것은 물론 시장 예상치(47.7)도 웃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노동시장 과열이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고용 관련 지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나온다면 통화정책의 반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바람과 달리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연 4.6%에서 연 5.1%로 올렸다. 고금리 장기화가 현실화하며 장기채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며 국내 연휴 기간에 미국 국채 10년물은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물 국채 금리는 5~7%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30년물 국채 금리는 5% 중반에 이르고 10년물 국채 금리도 5%에 육박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구조적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지속해서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이 금리를 7%까지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미국 국채 ETF 수익률도 직격탄을 맞았다.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는 하루 만에 9.90% 하락했다. 그 밖에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8.98%),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8.51%) 등 이날 미국 국채 ETF는 타 상품 대비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처럼 매크로 불안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급랭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장기채 금리가 근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국내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달러 강세 부담과 더불어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이 주식시장에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1360원대를 기록했다”면서 “외국인 수급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국내외 장기채 금리 동향에 주목하며 대응해야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