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킹달러'에 환율 속수무책···"연말까진 제한적 강세 지속"

2023-09-28 11:57
달러인덱스 작년 11월 이후 최고···미국채 10년물도 16년來 최고
킹달러 막을 유로화·엔화·위안화 모두 약세···연준 시그널이 변곡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해지는 가운데 좀처럼 달러 강세를 누를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서 환율 역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올해 연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신호가 드러나기 전까진 킹달러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오후 장중 106.84까지 치솟으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전날 1349.3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21일(1356.6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날 역외시장에선 오전 11시18분 기준 1354.4원까지 뛰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는 데에는 연준의 금리 전망이 예상보다 더욱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이달 중순 개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긴축 기조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의회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 처리와 임시 예산 편성에 모두 실패해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때 경제에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무엇보다 달러 강세를 누를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향후 물가보다 성장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크다.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유럽은 중심국인 독일의 경기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즉, 달러의 카운터 파티인 유로화의 강세를 결정할 ECB가 더 이상 긴축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달러 독주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중국 위안화 역시 대내 부동산 경기 침체 리스크, 내수 둔화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유의미한 경기 회복 신호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패권 싸움이 길어지게 될 경우 위안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BOJ)도 엔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호조세를 끌어낸 만큼, 엔화 약세를 장기간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미국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채권수익률(시장금리) 역시 같은 날 4.6%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연준발(발) 금리 변동성 고점 통과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신호가 확인될 때까진 환율 레벨이 1400원 목전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휴기간 중 환율이 역외 시장에서 급등할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급이 부재하다는 점은 원화 매수를 한층 더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라면서 "달러를 견제할 수 있는 유로화·엔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는 만큼, 강달러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유효하다. 다만, 12월 FOMC 이후 금리인상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인하 내러티브가 이어질 경우 변곡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