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 "韓 노벨상 수상하려면 도전·문제해결 연구 꾸준히 진행 해야"...권위주의적 R&D 환경 타파도 주문

2023-09-24 20:43
자유 연구하면서 실패 용인 분위기 필요...멘토·권위자 반대의견 낼 수 있어야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2010년 노벨물리학상), 조지 스무트 홍콩과기대 교수(2006년 노벨물리학상),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2013년 노벨화학상), 하르트무트 미헬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1988년 노벨화학상), 요아힘 프랑크 컬럼비아대 교수(2017년 노벨화학상). [사진=연합뉴스]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국이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전 세계 2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벨상 수상자(평화상 제외)가 없는 이유에 대해 조언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혁신적 사고 △기존의 틀을 깨는 연구 △도전적·문제해결형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권위주의적 연구환경에서 벗어나 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정부는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주제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과학기술 R&D 혁신방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요아힘 프랭크 컬럼비아대 교수(2017년 노벨화학상),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2013년 노벨화학상), 하르트무트 미헬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1988년 노벨화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3인이 참석해 한국 연구자들과 정부에 다양한 조언을 했다.

먼저 프랭크 교수가 "한국은 1980년대부터 과학기술 투자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인큐베이션 기간으로 혁신적 사고와 기존의 틀을 깨는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헬 소장은 "그간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보면 △과학기술적 중대문제 해결 △자유롭게 연구하는 과정에서의 우연한 발견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이슈 해결 등 3개 분야로 구분된다"며 "이를 참고해 연구지원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레빗 교수는 "권위주의적 연구환경에서 벗어나 젊은 연구자와 연구그룹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학들은 한국 과학자들이 갖춰야 할 중요 덕목과 자세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권위자와 기존 연구 결과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호기심을 갖고 배움을 즐기며, 직접 실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게 이들 세 명의 가르침이다.

프랭크 교수는 "아시아는 권위주의적 연구문화로 멘토·권위자·기존연구결과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지 않는 분위기가 크다"며 "기존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하며 기존 연구 방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헬 소장은 "과학자는 인공지능이나 구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실험하면서 꼼꼼히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AI 등 첨단 기술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석학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젊은 연구자들이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레빗 교수가 "(정부가) 젊은 연구자들이 실패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나 미국 벨 연구소처럼 독립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헬 소장이 "연구자의 독립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랭크 교수는 "연구자가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윤리적 가치를 내재화 하는 교육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조 차관은 "앞으로 한국 과학기술 연구개발 혁신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