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와이파이 혁신 속도내기

2023-09-22 22:23

[크리스토퍼 쉬맨스키 브로드컴 기술 전략 부문 마케팅 담당 이사]


 
한국은 첨단 와이파이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응용 역량 측면에서 세계적인 리더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와이파이 관련 국제 규정이 변경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해  한국의 와이파이 부문에 대한 투자와 혁신의 속도가 늦춰질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2년 전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타 국가들과 함께  6GHz 주파수 대역 전체를 와이파이 사용을 위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 추가 스펙트럼은 와이파이 라우터 및 기타 장치에 사용 가능한 공간을 크게 증가시켜 차세대 장치에서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연결성을 제공했다. 선진국의 전체 인터넷 트래픽 중 90%가 와이파이로 전송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결정은 타당한 것이다. 사실 2025년까지 와이파이의 세계 경제적 가치는 5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오는 11월 2023 세계전파통신회의(WRC-23)를 두바이에서 개최한다.  일부 회원국들은 이 자리에서 IMT 기술방식 식별(identification) 관련 6GHz 대역을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IMT 기술방식 식별은 정부가 밴드의 기존 사용자들에 의한 새로운 배포를 중단하고, 이러한 운영을 정리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며, 독점적으로 허가된 셀룰러 사용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신호로 인식되었다. 이리하여 운영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전역 6GHz 와이파이의 채택이 지연되고, 통일된 와이파이 채택으로 인한 혜택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한국에서는 전체 6GHz 대역에서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와이파이를 위한 채널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와이파이 7을 위한 기반도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단일 사용자에 대해 320MHz 채널에서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5Gbps 향상되었다. 이는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이전 세대 기술로 가능했던 것보다 5배 빠른 속도이다. 6GHz 대역 사용으로 이처럼 더 빠른 속도가 실현되자, 학교, 대중교통,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 연결 품질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다.  거의 모든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와이파이를 통해 전송되고 있으므로, 와이파이 7 및 6GHz 비면허 스펙트럼의 결합은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과 국민에게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6GHz의 개방은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삼성의 경우 미국의 통신 파트너인 브로드컴의 와이파이 6E 기술이 적용된 최신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S21과 S22 울트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브로드컴은 새로운 스펙트럼을 도입한 최초의 반도체 회사가 되었다.
 
또한, 미국, 캐나다,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유사한 결정을 내려 6GHz 대역을 와이파이에 개방함에 따라, 한국의 TV 제조사들은 세계 최초로 와이파이 6E 인증을 시작하는 신흥 세계 시장을 갖게되고, 비디오 스트리밍 및 게임을 위한 더 빠르고 강력한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ITU가 6GHz대역(6,425~7,125MHz 주파수 범위)에 IMT 기술방식 식별을 실행하기로 결정할 경우, 삼성과 같이 이러한 스펙트럼을 활용하는 제품을 개발한 기업은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제품 및 미래의 제품과 관련한 혁신에 대한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성과 수익 실현에 제한을 받게 될 수 있다. 이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전체 6GHz 대역에서 작동하는 와이파이로 구현되는 고급 무선 연결에 즉시 액세스할 수 있으므로 생산성과 경제 활동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용 사례가 실현될 것이다. 소비자 대상으로는 전체 6GHz 대역에 대한 비면허 액세스로 8K 스트리밍 및 가상/증강 현실 앱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가정용 장치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 ITU가 현상 유지를 하기로 하면 각 국가는 허가된 모바일이든 와이파이든 자국민을 위해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고, 제품 혁신가들은 규모의 경제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통일된 접근 방식에서 물러선다면 제품 비용이 증가하고, 성능 이점이 감소하며, 신제품 개발이 둔화될 것이다. 최근 한미 양국이 아시아 지역에 6GHz 대역의 와이파이를 개방하는 등 통신 정책에 적극 협력하려는 이유이다.
 
한국 정부는 WRC-23에 이르는 준비 회의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과 함께 IMT 식별에 반대해 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술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혁신가들이 국제적인 연합을 통해 현재의 모바일 규정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지지하고 있다.  공유 스펙트럼에 대한 이러한 공동의 노력을 통해 한국은 자국 및 국제 사회를 위한 혁신가로서 선도적 역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면, 삼성, 인텔, 브로드컴과 같은 기술 혁신 기업들 덕분에 이미 70개 이상의 와이파이 7 제품이 출시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와이파이 기술을 출시하고 운영하는 선두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와이파이 7이 전체 6GHz 스펙트럼에 액세스할 수 있게 되면 사용자를 위한 신뢰성, 연결성 및 네트워크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하면서 혁신가 및 정책 입안자들과도 연계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부러워할 만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이력

크리스토퍼 쉬맨스키는 브로드컴에서 기술 전략 부문 제품 마케팅 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6GHz 와이파이 채택을 위해 사내외 다양한 활동을 이끌고 있고, 전략적 마케팅, 표준 개발 및 규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와이파이 얼라이언스(Wi-Fi Alliance) 및 동적 스펙트럼 얼라이언스(Dynamic Spectrum Alliance) 이사회에서 브로드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TIP Open AFC Software Project를 공동 설립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브로드컴에 입사하기 전, 중국 상해의 반도체 제조 공장에 근무했으며, 워싱턴 DC에서 의회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워싱턴 대학교 올린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