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수당 미지급 차별인가...대법 "공무원과 비교대상 아냐"

2023-09-21 14:59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등의 절대적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업무 범위와 채용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공무원과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김모씨 등 6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 등은 국토교통부 소속인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을 체결한 국도관리원이다. 국도관리원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 아니다. 이들은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와 과적차량 단속 업무를 수행했다.
 
국가는 다른 운전직 및 과속단속 공무원들과 달리 무기계약직인 김씨 등에 대해서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김씨 등은 "그 공무원들과 달리 처우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위법행위"라며 국가를 상대로 미지급 수당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성별과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근로자 지위가 근로기준법 6조에 규정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 각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처우를 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다.
 
1‧2심은 김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 기각했다.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해 사용자가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처우하는 데 합리적 이유도 있다는 것이 원심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운전직 공무원의 주요 업무는 일반국도의 유지·보수에 동원되는 차량 및 장비의 운전·유지관리 등이다"라며 "반면 원고들의 업무는 관할 도로의 유지·보수 업무 등으로, 업무 범위가 확연히 구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직 공무원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공개경쟁채용시험 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됐다"며 "반면 무기계약직은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채용될 수 있어 채용형태와 절차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 등과 비교 대상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하는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서도,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상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일반 근로자에 대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고,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