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깊숙이 침투한 소셜미디어 마약상…못잡나 안잡나?
2023-09-21 06:00
20일 아주경제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마약 유통 실태를 취재한 결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마약상을 찾을 수 있었고 구매 절차 역시 어렵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X 등 소셜미디어에 ○○기, ○두, ○이○ 등 마약 관련 은어로 알려진 단어로 검색하면 마약 거래 홍보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최근 일주일간 해당 소셜미디어에서 마약 판매 홍보글을 모니터링해 보니 마약상들은 해당 게시물을 하루에도 수십 번 지웠다 올렸다를 반복하며 게시글 삭제 조치나 수사망을 피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약 판매 홍보글을 올리는 계정을 돌려 쓰기도 했고 직접 검색을 피하기 위해 짧은 영상을 게재하는 사례도 많았다. X뿐 아니라 유명 검색사이트에서도 마약 관련 은어를 입력하면 마약 판매 홍보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나 국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마약 홍보글을 게시하고 있었다.
마약상들은 하나같이 구매자와 연결하는 통로로 해외 소재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했다. 텔레그램은 대화 내용이 암호화돼 보안성이 높은 데다 국외에 서버를 둔 해외 업체가 운영하고 있어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더욱이 텔레그램은 국내 수사기관이 수사 협조를 요청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텔레그램 마약상 접촉해봤더니···“던지기로 받고 암호화폐 거래”
본지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마약 홍보글이 게시된 텔레그램 계정으로 마약상과 접촉해 거래를 시도해 봤다.
기자가 거래 문의 글을 남긴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마약상은 즉각 응답했고 거래 시세와 거래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그는 모든 거래는 안전하며 보안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취급하는 마약 종류도 다양했다.
구체적 거래 방법을 물어보자 마약상은 ‘던지기’를 통해 구매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또 추적하기 쉽지 않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나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던지기’란 판매상이 특정 장소에 마약을 미리 놔두고 구매자가 찾아가게 하는 마약 거래 수법이다. 주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약속된 장소에서 직접 접촉 없이 시간차를 두고 물품 인계가 이뤄져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마약상은 텔레그램 내 홍보 채널 역시 개설하고 있었다. 기자가 접촉한 마약상이 안내해준 채널에 들어가 보니 구독자 수가 5000명 이상이었다. 해당 채널에는 마약 거래 후기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문제는 현시점에도 유명 소셜미디어에 마약 판매 홍보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최근에 이뤄진 것 역시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유명 소셜미디어 내 마약 판매 홍보글 중에서는 게시 일자가 2018년이나 2019년으로 돼 있었지만 현재까지 삭제되지 않은 글을 여러 건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약 유통 1차 통로를 정작 경찰 당국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경찰 “서버 해외에 있어 애로···하위 판매책 잡다 대형 상선 검거 놓칠 수 있어”
경찰은 X나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유통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해당 게시글을 삭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수사기관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온라인 마약 유통 단속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상들이 판매 게시글을 올렸다 삭제했다를 반복하고 계정 역시 수시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약을 유통하는 1차 루트로 지목되는 X나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국 기업이어서 국내 경찰이 수사를 요청해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X는 우리 기업이 아니라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고 회신이 오는 데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리는데 그사이 해당 글은 삭제될 때가 많다”며 “텔레그램 본사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도 아예 회신조차 오지 않아 수사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온라인 먀약 유통을 보다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 마약 범죄 최하단에 있는 점조직보다는 윗선에 있는 대형 공급책 일괄 검거에 역량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잔챙이(점조직)를 잡다 보면 오히려 수사 사실이 노출돼 윗선인 대형 상선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대형 공급책을 검거하면 구매자와 판매자를 일괄 검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상선 검거를 통한 일괄 검거가 이뤄져야 마약 유통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것이 경찰청 마약수사 기조”라며 “적극적 마약수사로 전년 대비 마약사범 검거 사례가 급증했으며 앞으로도 유관 부처들과 협업해 범국가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