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이란과 해빙무드…유가 안정 촉매 되나

2023-09-20 17:08
중동 정책 급격한 선회에 유가 고민 반영됐다는 분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난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중동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란과 수감자 교환을 진행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군사동맹을 추진한다.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 변화는 글로벌 유가 안정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한미 또는 미일 군사동맹에 준하는 상호방위조약을 논의하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과 사우디는 상대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게 된다. 

미국과 사우디의 상호방위조약 논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헌했고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에 상호방위협정 체결과 원전 건설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해 왔다. 이번 상호방위협정 체결 논의도 관계 정상화 대가의 일환으로 보인다. NYT는 "미국이 유럽 조약(나토 상호방위조약) 외에 가장 강력한 조약으로 꼽히는 동아시아 조약을 모델로 삼는 논의는 이전에는 보고된 적이 없다"며 그 의미에 주목했다. 

양국의 관계 개선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미국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주요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이다. 이로 인해 촉발된 유가 상승으로 미국은 물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기대와 달리 연말까지 감산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우디가 감산을 철회하면, 원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유가는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최근 이란과 수감자 교환도 바이든 정부의 유가 고민이 만든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미국은 이란의 동결 자금을 해제하는 동시에 수감자 5명을 맞교환한 바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00만 배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감산량인 하루 100만 배럴을 뛰어넘는 양이다. 이란 원유가 시장에 유통된다면 감산에도 불구하고 원유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재만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배런스에 전했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그동안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90 달러 부근을,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93 달러 인근을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