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앙아 5개국 정상과 첫 만남…"광물 공급망 확보 위해 협력"

2023-09-20 11:30
'C5+1 중요 광물 대화' 출범 제안…'자원 무기화' 중국 대응 차원
러시아·중국 동시 겨냥 목적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광물을 무기로 휘두르는 중국에 맞서 미국이 광물 확보에 적극 나선다. 중앙아시아 주요 나라들과 관계 개선을 통해 이들 나라에 매장된 광물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의지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뒷마당이자,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상당하다. 중앙아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미국은 광물 공급망 확보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 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셈이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 정상과 ‘C(Central Asia) 5+1’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중앙아시아와의 광물 협력을 강조하며 ‘C5+1 중요 광물 대화’(C5+1 Critical Minerals Dialogue) 출범을 제안했다. ‘C5+1 중요 광물 대화’는 중앙아시아의 방대한 광물 자원을 개발하고 중요 광물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제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래 에너지 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탄력적이고 안전한 중요 광물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이들 나라와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이 가속하면서 중국은 자국의 희귀 광물을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압박에 대응하는 무기로 휘두르고 있다. 중국은 8월부터 차세대 반도체에 사용되는 희귀 광물인 갈륨 및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요소수 수출도 제한했다. 미·중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등 관계가 껄끄러운 나라들에 대해 희귀 광물을 수출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C5+1 중요 광물 대화’가 중국의 ‘희귀자원 무기화’에 맞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카자흐스탄은 석유,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우즈베키스탄은 금 등이 풍부하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는 잭슨-바닉 개정안을 백지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의회는 이달 잭슨-바닉 개정안을 폐지하는 안을 발의했다. 잭슨-바닉 개정안은 대외 무역 관계를 맺을 때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해 인권문제를 제기하게 돼 있는 법안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냉전시대의 유물인 잭슨-바닉 개정안을 폐지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앙아시아와의 밀착은 러시아와 중국 양국을 동시에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아마도 중앙아시아 나라 중 한 곳에서 여러분을 곧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앙아시아는)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중앙아시아의 영토보전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올해 초 중앙아시아 지도자들과 만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세계가 러시아에 굳건히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더 큰 역할을 모색하게 됐다”며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와의 오랜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