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기운 차려 싸우라" 단식 만류...이재명, 중단 확답 없어

2023-09-20 02:00
尹 정부 정면 비판한 文…"보수 정부 낫다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단식' 이재명 30여분 병문안…"기운 차려 다른 모습으로 싸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한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 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울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지난해 5월 퇴임 후 처음이다. 이날 기념식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의 교훈을 말하면서 역대 정부의 안보와 경제도 조금 살펴봤다"며 "이제는 문민정부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의 안보 성적과 경제 성적을 비교해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민정부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고 역설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의 남북 관계와 외교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 절하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언제 그런 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평양공동선언에서 더 진도를 내지 못했던 것, 실천적인 성과로 불가역적인 단계까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토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참석 전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병문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중랑구에 있는 녹색병원을 찾아 이 대표를 30여분간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병상에 누운 이 대표의 손을 잡고 이 대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했고 문 전 대통령은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 빨리 기운 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단식하는 거 와서 위로도 하고 만류도 하고 싶다. 솔직히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지 않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또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늘 생각하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단식 권유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의 병문안 이후 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병원장께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만들어야 된다, 그만두시게 해달라 이런 말씀까지 하셨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현 정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변인은 "말씀이 있었지만 소개를 해드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