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병상단식‧與 김태우 후폭풍...바람잘 날 없는 정치권

2023-09-19 02:00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최종 의결

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타병원 이송을 위해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째인 18일 정치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백현동·대북 송금 의혹에 따른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와 함께 병상 단식에 돌입하는 등 벼랑 끝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오전 6시 55분께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을 파악하고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과 119 구급대를 호출했다. 병원에 이송될 당시 이 대표의 상태는 탈수 및 혈당 급강하 증상을 보이는 동시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고 한다.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이 대표는 녹색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다. 녹색병원은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야권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노동운동 및 단식농성으로 인한 환자들을 주로 치료하는 노동 전문 병원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입원 이후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 않지만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당 대표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녹색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대표께서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히셨다"고 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가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제 이송했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고 건강이 걱정된다"며 "이태원참사, 오송지하도참사, 채상병사고, 수많은 산재 등 사람이 죽어 가도 눈물 한 방울 없는 무도하고 비정한 정권과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선 결과 발표'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인 제공자' 김태우 공천에 與野 시끌…패배 시 '치명타' 불가피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최종 선출했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를 해당 보궐선거에 공천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했고, 국민의힘은 무공천 입장을 접었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후보와 문재인 정부 경찰청 차장 출신인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게 됐다. '검찰 대 경찰' '윤석열 정부 대 문재인 정부 대리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보궐선거는 큰 차이로 패배할 경우 그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거에 패배한 쪽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발족 등이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때 오히려 진 쪽에서 '예방 주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긴 정당이 안도하는 반면 패배한 정당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당의 쇄신 노력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부에서도 강서구가 험지로 분류되는 만큼 근소한 차이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승리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낙관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