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급증…'전세금반환 대출', 하반기 금융권 새 부실 뇌관 우려 확산

2023-09-17 15:52
지난달 기준 신규 취급액 7255억…올초대비 54%↑
DSR 대신 DTI 적용…임대인 규제 완화 영향도
가계대출 확산세 일조 우려…이달 가계대출 전월比 8096억원↑

[사진=아주경제DB]

은행권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이 하반기 금융권에 새로운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보다 낮은 '역전세'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기준 신규 취급액이 올 초 대비 50%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지난 7월 보증금반환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게 하는 등 임대인들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8월 7255억원으로 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50%를 차지하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잔존 전세 계약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서울, 경기·인천 지역에서 각각 48.3%, 56.5%에 이르렀다. 

당국이 최근 보증금반환대출에 한해 임대인들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하반기 관련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TI는 연 소득에서 매년 은행에 갚아야 하는 주담대 원리금과 다른 대출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데 DSR과 달리 주담대를 제외한 다른 부채는 원금을 제외한 이자 상환액만 고려한다. 당국은 다른 대출이 없고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집주인이 대출금리 4.0%,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기존보다 대출 한도가 1억7500만원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역전세 상태인 계약 가운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각각 28.3%, 30.8%가 집중적으로 만기 도래하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금융권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전세금반환대출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면 가계대출을 억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종류별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가 보름 사이 6176억원(514조9997억원→515조6173억원) 늘었다. 이 중 최근 가계대출 급증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0년 만기 상품 대출 잔액은 3조9749억원으로 이달 들어 1조173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용대출도 지난달 말 108조4171억원에서 이달 들어 108조7616억원을 기록하며, 3445억원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 11월 기록한 3059억원 증가세 이후 이달 1년 10개월 만에 처음 5대 은행 신용대출이 반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