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일자리 빼앗길 줄 알았는데...창작자 돕는 생성 AI

2023-09-19 16:01
어도비, 생성 AI '파이어플라이' 공식 출시...창작자 업무 줄이고 영감 줘
MS, 업무 생산성 도구에 GPT-4 적용...문서, 프레젠테이션 자동 생산
AI로 만든 콘텐츠 거부하는 소비자도...AI 작품 표시 등 사회적 합의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성 AI(Generative AI)가 상용화되면서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해온 창작에도 발을 들였다. 하지만 생성 AI가 인간 창작자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AI를 창작자의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도구는 물론, 영감을 떠올리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론 누구나 상상력만 있으면 작품을 만드는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올해 8월 내놓은 '생성 AI와 일자리: 일의 양과 질에 대한 잠재적 영향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업은 AI 등 자동화에 소폭 영향을 받으며, 생성 AI로 완전히 대체되기보다는 보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업무 강도와 자율성 등 일자리의 질을 잠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의 핵심이다.

해당 보고서에선 고소득 국가에서 총고용의 5.5%가 잠재적으로 생성 AI 효과에 노출되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고용의 약 0.4%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달리 AI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증강 가능성은 국가 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올바른 정책이 시행되면 기술 혁신이 저소득 국가에도 큰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로 창작 문턱 낮춘 어도비...콘텐츠 생산 돕는 '파이어플라이' 선봬

어도비는 이러한 생성 AI 물결에 합류했다.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등 대표적인 콘텐츠 제작 도구를 개발한 기업이다. 그간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AI를 도입하며 단순 반복 작업을 줄여온 어도비는 생성 AI 제품군인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정식으로 선보이면서 창작 활동을 조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웹을 통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생성 AI다. 기존의 그림 그리는 AI처럼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진에 구체적인 설명을 입력해 추가로 사물을 만들거나 그림 색상·패턴 등을 텍스트 명령어로 바꿀 수 있다. 향후에는 스케치를 이미지로 전환하거나, 텍스처가 없는 3D 모델에 텍스처를 입히는 등의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이 저작권 우려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용 버전도 개발했다. 학습 과정에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작품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이를 도입할 경우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학습시키고, 브랜드 고유의 형식과 맥락에 맞춘 콘텐츠로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 마케팅 부서는 콘텐츠 제작 역량과 관계없이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포토샵 등 제작 도구로 연결해 보강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파이어플라이를 사용해 제작된 모든 콘텐츠에 자동적으로 '콘텐츠 자격증명(Content Credentials)'을 부여한다. 콘텐츠 자격 증명은 콘텐츠명, 제작일, 제작에 사용한 도구, 편집 내역 등을 담은 세부 정보다. 향후 해당 콘텐츠가 사용, 게시, 저장되는 모든 곳에서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한다.

어도비는 올해 3월 공개 테스트로 선보인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그간 창작자들이 20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강점은 연결성이다. 콘텐츠 제작 도구를 개발하는 기업인 만큼, 자사의 제품 전반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게 했다.

이달 정식 출시한 파이어플라이는 실제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주요 기능을 통합했다. 포토샵의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와 생성형 확장(Generative Expand), 일러스트레이터의 생성형 다시 칠하기(Generative Recolor) 등 여러 효과를 파이어플라이에서 구동할 수 있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어도비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문 사장은 "파이어플라이의 놀라운 기능이 어도비 창작 도구(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어도비 익스프레스, 마케팅 도구(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등과 결합해 사용자에게 생산적인 방식으로 생성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업무 생산성 높이는 생성 AI 'MS 코파일럿'...일하는 방식 바꿀 것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업무 생산성 도구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에 GPT-4 기반 AI 비서 '코파일럿'을 적용한다. 코파일럿은 부조종사를 뜻하는 말로, AI가 사용자와 동행하며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7월 말 가격 정책을 공개했으며 하반기 중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MS 워드는 문서를 작성·편집·요약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양한 유형의 문서를 주고 요약해 달라는 명령어를 넣으면 주요 내용을 몇 문단으로 압축해 정리한다. 사용자는 글을 읽고, 쓰고, 편집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코파일럿은 문서 초안 작성은 물론, 수정이나 보완 등도 제안해 사용자 업무를 돕는다.

MS 엑셀은 코파일럿을 통해 추세 파악, 데이터 시각화 등의 작업을 돕는다. 각종 함수나 필요한 데이터셋도 일상 언어로 질문해 확인할 수 있다. 입력한 데이터 사이에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수치에 따른 향후 추세를 제안하거나, 새로운 함수 조합을 제안하는 등 역할도 한다.

MS 파워포인트는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을 바탕으로 프레젠테이션 문서를 만든다. 문서 파일을 올릴 경우 음성이나 이미지를 생성해 프레젠테이션에 넣는다. 이메일 도구인 MS 아웃룩은 사용자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보낼 이메일 초안을 미리 만드는 등 사용자를 돕는다.

협업도구인 MS 팀즈는 화상회의 등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서 알려준다. 회의 참석자 중 누가, 언제, 무슨 발언을 했는지도 요약하며, 회의 전반에서 사용자 의견이 일치했는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대화 중 일정이 나오면 이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는 등의 기능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MS는 업무 생산성 도구와 초거대 AI 결합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며 "업무용 코파일럿은 이용자에게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연어로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엔 혁신이지만, AI 작품 거부하는 소비자...사회적 합의 필요

이러한 생성 AI는 한동안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콘텐츠 창작은 물론, 업무 생산성도 지원할 전망이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일자리 감소 우려 역시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콘텐츠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가 개인의 역량 대신, 마우스 클릭만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작자에 대해선 마우스를 클릭할 때 나는 '딸깍' 소리를 빗대 '딸깍이'라며 비하하기도 한다. 생산자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생성 AI 활용이 오히려 소비자의 반발을 산 셈이다.

실제로 생성 AI는 웹툰은 물론, 웹소설이나 게임 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에는 일부 장면에 AI로 그린 그림을 활용했다, 논란이 되자 해당 장면을 수정했다. 가수 심규선씨는 생성 AI를 이용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으나,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우려 등 팬들의 지적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이슈 속에서도 콘텐츠 업계에선 생성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작 활동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은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AI 도구를 연내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특정 작가의 이미지를 지속 학습해, 해당 작가만 쓸 수 있는 개인용 도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등장인물 채색이나 배경 채우기 등 반복 작업을 줄이고, 작가 본연의 일인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생성 AI가 창작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특히 손재주가 없어도 아이디어만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창의성의 민주화'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I를 활용한 작품일 경우 이를 알리는 등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