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두고 떠났던 6·25전쟁 전사자,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2023-09-15 14:01
뱃속 딸 못 보고 참전…1950년 8월경 '포항 전투'서 전사
임신한 아내를 두고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20세 나이에 산화한 국군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5년 경북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26연대 소속 고(故) 박동근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박 일병의 유해는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해발굴 조사팀이 추적을 거듭해 수습했다.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216번째다.
박 일병은 1929년 9월 익산 성당면에서 4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
당시 혼인신고 없이 출생한 딸은 불가피하게 고인의 큰형 호적에 올려졌고 큰아버지 가정에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딸은 아버지의 유해가 확인되기 전인 최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졌다.
고인의 입대일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제26연대 소속으로 1950년 8월경 ‘포항 전투’에 참전해 북한군 남하를 저지하다 1950년 8월 19일 20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포항 전투는 국군 동부전선을 돌파해 부산으로 조기에 진출하려던 북한군의 계획을 국군이 포항 도음산 일대에서 저지함으로써 낙동강 동부지역 작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전투다.
확인된 전사자의 신원을 유족에게 알리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인천 서구에 있는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조카 박영식씨는 “삼촌의 얼굴도 못 본 채 유해만이라도 보고 싶어 했던 누나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며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