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결군 스쿨존 사망사고' 버스 기사 징역 6년...유족 "내 아이는 사라져" 오열

2023-09-14 12:02
재판부 "은결이가 하늘서 편안하길"

지난 5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 군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우회전 정지 신호를 어기고 초등학생 조은결군(8)을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가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이날 법정에서 방청하던 조군의 부모는 이같은 판결을 듣고 오열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황인성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당 노선을 3년이나 운행한 버스 기사로서 사고 지점이 우회전 신호가 설치된 어린이보호구역이고 평소 초등학생의 통행이 잦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A씨를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이 신호를 준수하고 횡단보도에서 일시 정지하는 등 보호 의무를 다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 안 좋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조군의 사고가 사회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하며 엄중 처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낮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공동체에 공포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며 "피고인의 범죄로 어린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나 아직 (일시 정지 않는) 우회전 차량이 다수 있는 등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은 반성하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속도 위반을 하지 않았고 음주운전도 아니었고 버스기사를 하면서 성실하게 일했고 음주운전 벌금형 외 처벌 전력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은결이가 하늘에서 편안하길 바란다"며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피고인 모두 형량에 대해 만족스럽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재판부는 (형량을 정함에 있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5월 10일 낮 12시 3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 사거리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중 우회전 신호등에 빨간불이, 전방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음에도 우회전하다가 하교 중이던 조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제 실수로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며 "조은결 군에게 엎드려 큰 죄를 지었다고 말하고 싶다. 부모님 등 유가족분들께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조군의 아버지는 재판 과정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이 안전해졌으면 좋겠다. 다들 그냥 말로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느낌이 든다"며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 사건 혐의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가중 요소를 적용할 경우 징역 4∼8년을 권고하고 있다.

이날 조군의 부모는 방청석에서 판결을 듣는 내내 눈물을 내비쳤다. 선고가 이뤄진 직후에는 "애기가 없어졌는데…"라고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