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로 원가 줄인 레이·모델 Y···전기차 주춤해도 잘나가네

2023-09-14 07:12
판매둔화 전기차 시장 가성비로 인기
중국산 LFP배터리 탑재 가격 30% 저렴
보조금 요건 강화·원가절감 서둘러야

전기자동차 판매가 둔화되는 속에서도 저렴한 중소형 전기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높아진 차값과 충전료 인상 등 부담이 커지며 안전성·짧은 주행거리로 우려를 샀던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도 동시에 마련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출시 예정인 기아 레이 EV의 출고 대기기간은 3~4개월로 일반 가솔린 모델(5~6주)보다 약 3배 더 길다.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RWD) 모델도 계약 물량이 잇따르면서 출고까지 반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성장폭(16%)이 지난해(109%)에 비해 크게 줄어들면서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5, EV6, 니로, 봉고EV 등 다른 주요 전기차의 대기기간은 1년에서 최근 3~5주로 축소된 것과 대조된다. 

레이와 모델 Y 모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레이 EV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약 30% 싼 LFP 배터리를 탑재하며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00만~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모델 Y RWD의 가격은 5699만원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7000만~8000만원대)보다 크게 떨어졌다.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구매가는 4000만원대로 낮아진다. 

높아진 전기차 가격과 줄어든 보조금, 충전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 우려 등을 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체는 중소형차를 중심으로 앞다퉈 가격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에서도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판매량은 지난해 한해 판매량에 달한다. 르노와 폭스바겐, 벤츠는 내년부터 생산 비용을 낮춰 ID.2ALL, 르노5 EV, 이쿼녹스EV 등 3000만원대 중후반 소형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도 저가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KG 모빌리티는 4000만원 초·중반에 구매할 수 있는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도 레이 EV와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배터리는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밀도가 크게 향상됐고 앞으로 NCM 배터리를 넣어 주행거리가 소폭 개선된 전기차보다 저렴한 LFP 탑재 전기차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중국이 배터리를 수요보다 2배 이상 과잉생산해 LFP 탑재 전기차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경쟁에 동참하면서도 국내 전기차 시장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 교수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가격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국내가 LFP 배터리를 개발하기까지 향후 2~3년간 중국산 배터리가 우후죽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보조금 지급 요건을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제품혁신과 생산공정 등 부문에서의 원가절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이 EV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