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사회를 대비한 의료혁명
2023-09-15 05:00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비례적으로 노인 환자가 급증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노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경노인종합연구소에서 수행한 노화종적관찰연구에서 1970년대의 70대의 건강상태가 2000년대의 80대 후반과 같다는 연구결과이다. 그만큼 시대발전에 따라 나이든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평균수명이나 건강수명 척도보다 고령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지표는 실제로 사망하는 연령 지표인 최빈사망연령 (Modal length of life span)이다. 최빈사망연령은 지난 2세기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90세에 이르렀지만 아직 정점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다. 더욱 최빈사망연령의 표준편차 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초고령자 사망연령이 실제로 비슷해져 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인간의 장수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장수가 특수한 계층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일반인들에게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로서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발전이 실제로 수명연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가리키고 있다. 따라서 건강노인의 증가추이는 의료체계가 환자중심의 치료의료에서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의료로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장수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의료제도이다. 일본의 나가노현은 기존의 대표적 장수지역인 오키나와대신 새로운 최고장수지역으로 부상하였다. 높은 장수도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이 일본에서 최저라는 사실은 인구고령화가 반드시 높은 질병이환율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나가노현이 건강장수지역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나가노현의 특별한 의료제도에서 답을 찾아본다. 나가노현의 험난한 지형적 제한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쉽게 찾아 올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 지역 의사들이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의료를 시작하면서 가족, 주거환경, 생활양식, 식습관 등을 모두 주시하고 그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방법을 개발하여 독특한 나가노 의료가 비롯되었다. 주민들 대상으로 일찍 생활교육을 실시하면서 주민위주의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결과, 주민들의 건강상태는 물론 지역사회의 장수도가 점차 개선되어 결국 일본 최고의 건강 장수지역을 이루었다.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의료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환자의 주 대상이 고령인이 되어 가면서 미래의료가 강조하여야 할 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이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사회 개혁에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소극적으로 찾아오는 환자에 대한 의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의료, 그리고 치료만이 아닌 예방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교육과 사회 개혁에 앞장을 서야 한다. 그러하기 위하여 장애가 없는 의료, 와상환자가 없는 의료, 삶의 질 향유의 장수의료가 꽃피울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정립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의학교육의 개혁이 시급하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