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부동산] 매수심리 꺾이고 상승폭도 주춤…상향하던 지표들 심상찮다
2023-09-13 18:10
집값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급매물이 소진되자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가격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반등장 속에서 상향하던 각종 부동산 지표들도 최근 한풀 꺾이는 등 시장이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반등이 일어난 이후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는 상황인 만큼 하반기에도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0으로 전주(89.2)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2월 4주(66.3) 저점을 찍은 뒤 25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를 마감하고 2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권역별로 영등포·양천구가 있는 서남권(88.4→88.7)이 0.3p 올랐을 뿐, 나머지 권역은 전부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은 같은 기간 91.7에서 91.5로 전주 대비 0.2p 내렸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실거래가 상승 비중도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서울의 신축 아파트는 올해 2분기 상승거래 비중이 82%였으나 7`8월에는 65%로 18%포인트가 하락했다.
거래량도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올해 1월 1412건에서 6월 3849건까지 꾸준히 상승했으나 7월(3594건) 들어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엔 3253건으로 떨어졌다.
일부 인기 지역 아파트를 제외하고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노·도·강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 횡보 또는 하락 거래도 포착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6억500만~7억5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도 비슷한 수준인 6억500만~6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중계동 ‘양지대림’ 전용 114㎡는 지난 6월 10억3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그보다 낮은 10억2900만원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상반기에 예상보다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고, 저가 매물들이 소진되면서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 폭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호가가 높은 상황이라 하반기에도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0년 만기 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기 등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하락세로의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수요층의 자금 조달이 비교적 수월해지고 있지만 현재의 거래량은 예년도 평균에 비해 적은 수준이어서 상반기와 같은 강한 반등세가 유지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