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애국마케팅도 안 먹혀" 1만4000원짜리 눈썹 펜슬에 뿔난 중국인
2023-09-12 16:33
리자치 '말실수'···화시쯔 제품가격 '도마 위'
中 토종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 과열 경쟁
"가성비 좋다"는 이제 옛말
中 토종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 과열 경쟁
"가성비 좋다"는 이제 옛말
"79위안(약 1만4000원)짜리 중국산 아이브로(눈썹) 펜슬이 비싸냐 안 비싸냐?"
최근 중국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중국 '립스틱 오빠'로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琦)가 지난 10일 라이브방송(라방)에서 중국 유명 색조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花西子)의 아이브로 펜슬을 79위안에 팔면서 '말실수'를 한 게 논란의 시작점이다.
리자치 '말실수'로···화시쯔 화장품 가격 '도마 위'
라이브 방송(라방)을 시청하던 일부 누리꾼이 "아이브로 펜슬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발끈한 리자치가 "비싸긴 뭐가 비싸냐? 예전부터 줄곧 이 가격이었다"며 "가끔은 네 자신을 탓하라. 수년간 월급이 올랐는지, 과연 스스로 열심히 일했는지를"이라고 맞대응한 것이다. 이는 즉각 누리꾼의 공분을 일으켰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경기 불황 속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중국인의 상처를 후벼 판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리자치가 눈물의 사과를 했음에도 그의 SNS 계정 팔로워 수는 하룻밤 사이에 100만명이 줄었다.
리자치의 말실수로 화시쯔에도 불똥이 튀었다. 누리꾼들은 화시쯔 색조 화장품 가격에 거품이 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화시쯔 아이브로 펜슬 가격 논란은 11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하루 새 10억건 이상의 뷰를 기록했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화시쯔의 타오바오 공식 몰에서 파는 69위안짜리 아이브로 펜슬의 제품 순함량(포장용기, 자재를 제외한 제품 함량)은 0.07g으로, 사실상 g당 가격이 985.7위안(약 18만원)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다른 수입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 황금 2g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라는 것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230위안짜리 슈에무라 아이브로 펜슬의 제품 순함량은 3.5g으로, g당 가격은 67.6위안이다. 260위안짜리 크리스찬디올의 아이브로 펜슬의 제품 순함량 기준 g당 가격은 218위안, 90위안짜리 우리나라 이니스프리 아이브로 펜슬의 제품 순함량 기준 g당 가격은 360위안 등이다.
제일재경일보는 다른 중국산 브랜드인 완메이르지(퍼펙트다이어리), 유니클럽 등과 비교해서도 화시쯔는 턱없이 비싸며, 화시쯔 아이브로 펜슬보다 제품 순함량 기준 가격이 비싼 브랜드는 샤넬(g당 1444위안)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마케팅 과열경쟁에···"중국산 화장품 가성비 좋다"는 옛말
온라인에는 화시쯔 매출의 20%를 리자치가 기여하고 있어서 리자치가 라방으로 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제품 판매액의 60~80%를 커미션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제품 가격이 비싸졌다, 화시쯔가 사실은 일본에서도 공장을 돌린다는 등의 소문도 퍼졌다. 화시쯔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화시쯔는 2017년 항저우에서 시작한 중국 토종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약초·진주·과일 등 천연 성분을 앞세운 데다가, 립스틱에 고궁·봉황 등 중국 문화를 새기는 등 중국 요소를 담은 애국 소비 마케팅으로 인기몰이했다. 중국 내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 속 젊은 세대들은 외국산 브랜드와 비교해 중국산 화장품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며 화시쯔를 비롯한 중국 토종 화장품을 선호한 것이다.
게다가 화시쯔는 라방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2년 만인 2019년 티몰 화장품 브랜드 매출 '톱10' 순위에 진입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궈차오 열풍 속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졌다. 각 브랜드마다 플랫폼 트래픽을 높여 제품을 노출시키고, 라이브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거액의 커미션을 떼주는 등 마케팅 비용으로 거액을 지출하게 된 것. 결국 마케팅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돼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소비자들은 그동안 중국산 화장품이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맞먹을 만큼 가성비가 좋은 것으로 여겼으나, 최근 마케팅 과열 경쟁으로 제품 가격에 거품이 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