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값 오른 보류지…동작·은평도 최고가보다 수천만원↑

2023-09-12 18:23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한 2990가구 규모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전경 [사진=신동근 기자]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재개발·재건축 '보류지' 몸값도 다시 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류지 물량들은 수차례 매각에 실패하며 최초 입찰가보다 수억원씩 낮춘 가격에 나왔지만, 최근에는 조합들이 실거래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보류지 매물을 내놓는 등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은평구 'e편한세상백련산'(응암4구역) 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2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입찰은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며, 모두 전용 84㎡로 최저입찰가는 9억2500만원이다. 이는 해당 단지의 최근 실거래 최고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4일 e편한세상백련산 전용 84㎡는 최고가 8억45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8억6000만~9억 5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보류지는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조합원 수 변동 등 변수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일부 남겨둔 물량을 뜻한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보류지로 남겨둘 수 있다. 통상 최저입찰가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조합 재량에 따라 책정되며 경매처럼 최고가 입찰자가 낙찰받게 된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이라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조합원 매물이라 전매 제한이 없다. 다만 입주에 임박해 매각하는 경우도 많아 잔금 납입 여력이 중요하다. 

이달 서울시 아파트 중 보류지 물량은 총 44가구로, e편한세상백련산(2가구)을 비롯해 용마산모아엘가파크포레(2가구), 흑석리버파크자이(13가구), 래미안원베일리(27가구) 등이다.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 조합이 내놓은 보류지 13가구는 모두 전용 84㎡ 매물로 최저입찰가는 16억5000만원이다. 최근 실거래 최고가 15억9500만원(7월28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7월 서대문구 홍제동 푸르지오 센트럴파크 전용 55㎡ 보류지 매물은 입찰기준가격 8억원보다 비싼 8억31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최근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조합도 보류지 27가구 매각공고를 냈는데,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나와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합은 전용 59㎡의 경우 최저매각가 29억5000만~30억4000만원에, 전용 84㎡는 39억5000만~41억원에 내놨다. 최근 실거래 최고가(45억9000만원)보다는 낮지만 3.3㎡당 1억1500만~1억7000만원대 수준으로, 3.3㎡당 분양가(5668만원)의 2~3배에 달한다. 최고가 입찰방식이라 실제 낙찰가는 더 비쌀 가능성도 높다.  

보류지는 시장 활황기에는 높은 경쟁률로 완판되기도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강남지역 보류지가 수억원 낮춘 가격에도 매각 실패하는 등 '찬밥신세'였다. 서초구 반포르엘2차(신반포4차 주택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에 전용 59㎡ 매물을 25억5000만원에 내놨다가 유찰돼 다음달 5000만원 이상 낮춘 가격에 다시 매각공고를 낸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강남구 대치르엘(대치제2지구주택재건축) 조합이 네 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을 실패하며 당초 입찰가보다 4억~5억원 이상 낮춘 19억2600만원(전용 59㎡), 23억7600만원(전용 77㎡)에 내놓기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작년 말에서 올 초까지만 해도 청약시장이 시들해 입지 좋고 가성비 괜찮은 보류지들조차 수요가 거의 없었다"며 "최근 신축 인기가 높고 청약은 입지 좋은 단지의 경우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며 보류지 몸값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