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X인터, 친환경 소재사업 궤도 수정···합작사 PBAT 공장 해외 설립 탓

2023-09-13 05:00
SKC, 대상과 합작사 '에코밴스', 2년 만에 '공장 설립' 해외로 선회

LX인터내셔널이 친환경 소재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SKC, 대상과 함께 설립한 합작사 에코밴스의 전면적인 플랜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하에 생산거점은 물론 양산 시기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신소재 합작법인 에코밴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BAT’ 생산공장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짓기로 전략을 바꿨다. 또한 계획이 수정됨에 따라 올해를 목표로 하던 상업 생산 역시 이르면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최종 지역 선정, 공장 완공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양산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에코밴스는 2021년 말 SKC의 주도 아래 LX인터내셔널과 대상이 함께 합작 설립한 회사다. PBAT의 생산 및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SKC가 1040억원, LX인터내셔널과 대상이 각각 360억원,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연산 7만톤 규모의 국내 최대 PBAT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생산량 기준 전 세계 두 번째 규모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코밴스는 전략의 선회를 결정했다.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SKPIC글로벌과의 부동산임차계약 중도 해지 사실을 밝혔다. 회사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거점의 해외 진출에 따른 계약 해지”라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간 SKPIC글로벌의 울산 부지를 생산공장 건설을 목적으로 임대해 왔지만, 결국 해외로 공장 건설을 최종 결정하며 임차 계약을 해지했다는 의미다.
 
해외 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크게 2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 사업을 추진하기엔 구체적인 기준 미비 등 정책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알려졌다.
 
PBAT는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자연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인데, 현재 국내에선 이 같은 매립 방식이 아닌 재활용 중심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PBAT를 매립할 수 있는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또 그렇다 보니 국내에선 PBAT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공장 건설 후보지로는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 지난 5월 에코밴스가 인도네시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찬드라아스리와 생분해 소재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서다. 양사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고객사도 함께 발굴할 예정이다.
 
LX인터내셔널은 이에 따라 에코밴스를 통한 친환경 소재 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회사는 사업 목적에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폐기물 수집 및 운송·처리시설 설치와 운영을 추가하는 등 기존 트레이딩(중개무역) 중심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다만 당초 LX인터내셔널이 맡았던 제품 판매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에코밴스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커지고 있는 PBAT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하기에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친환경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신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선 국내에도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PBAT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25만톤 규모에서 2025년에는 약 50만톤으로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 LX판토스의 부산신항물류센터 전경 [사진=LX판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