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국회로 넘어간 예산안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2023-09-12 13:57
정부가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총지출은 전년 대비 2.8%인 657조원으로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의 역대급 확장 재정기조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9%)를 2023년 (5.1%)에 이어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2023년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이 1.4%이고, 야당의 거센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제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채무를 2016년의 627조원에서 2021년 971조원으로 증가시켜, GDP 대비 비율로는 동기간 36.0%에서 46.9%로 무려 10.9%p를 올린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국가재정 정상화의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선심성 예산의 유혹에 빠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축예산을 편성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건전재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2023∼2027년 중기재정계획의 국가채무를 보면, 2023년 1134조원, 2024년 1196조원, 2025년 1273조원, 2026년 1347조원, 2027년 1418조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50.4%에서 2027년 53.0%로 올라가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2023∼2027년 기간 중 총지출의 평균 증가율(3.6%)은 동 기간 중 경상GDP 평균 증가율 4.4%보다 0.8%p나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윤석열 정부의 재정관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세수 감소와 경제 침체라고 할 수 있다. 금년 1∼7월 국세 수입은 218조원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43조원이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보다 60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 –13조원, 법인세 17조원, 부가가치세 –6조원, 관세가 3조원 감소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세수 감소도 문제이지만 세수 감소의 원인이 경제 침체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생산 투자 소비 그리고 수출 등 경제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가계와 기업이 모두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세수 감소 자체가 미치는 국가재정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넘어서 현재의 경제 상황이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올해 경제도 문제이지만 내년 경제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 8개 중 2개가 한국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었다고 한다. 바클레이스는 전월 말 2.3%였던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씨티는 1.8%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8월 말 경제전망에서 2024년 성장률을 0.1%p 내린 2.2%로 수정했다. 주요 전망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어 잡는 것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2024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는 2024년도 경상 GDP가 4.2% 내외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국가예산안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는 세수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너무 낙관적인 가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2024년 국가예산안은 이제 행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선심성 예산만 잔뜩 부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혹은 긴축해야 한다 등 성과 없는 재정 기조를 둘러싼 정쟁만 일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기우이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만든 예산안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있고,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 정기 국회에서 국가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국민경제와 민생의 관점에서 제대로 해주기를 기대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