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號' KB금융, 3대 키워드는 비은행·디지털·글로벌

2023-09-10 16:32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사진=KB금융지주]

오는 11월 출범을 앞둔 '양종희號(호)' KB금융그룹이 비은행·디지털·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리딩 금융’ 수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공들여 온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별다른 잡음 없이 제대로 작동한 것도 큰 수확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는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이사회에 회장 후보자로 추천되고 11월 20일 개최될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우선 양 내정자가 은행과 비은행을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은행·비은행 사업을 고르게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금융그룹 실적 경쟁에서 비은행 사업 강화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고 대표로서 시장 연착륙을 이끈 양 내정자가 비은행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비은행 사업 강화에 이목이 쏠려 있지만 주력 계열사인 은행 사업 경쟁력 강화도 동시에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도 호흡이 잘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또 디지털 역량 강화도 적극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대면 채널이 점차 강조되는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은 시대를 관통하는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으로 금융권에서 디지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양 내정자는 지난 한 해 그룹 디지털·IT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KB금융이 글로벌 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사업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도 금융회사가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대외적인 여건도 갖춰진 상태다. KB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4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 649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지 직원은 약 2만4000명 규모다.

양 내정자는 2021년 보험 부문과 글로벌 부문 등을 책임진 경험이 있어 KB금융의 해외사업 현황 파악도 용이한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양 내정자가 회장 취임 이후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을 어떻게 정상화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양 내정자가 회장에 취임한 이후 부회장급 인사이동에 시선이 쏠린다. 양 내정자는 2021년 초 부회장에 올라 2021년 보험·글로벌부문장, 지난해 디지털·IT부문장, 올해 개인고객·자산관리·연금·중소상공인부문장 등 부회장으로서 맡을 수 있는 부문장은 모두 맡았다. 그가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지주사 부문장을 모두 거친 뒤 회장에 오르는 만큼 앞으로도 KB금융 경영승계 프로그램 차원에서 이와 같은 경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윤 회장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잘 작동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특정 계열사 대표보다 지주사 부회장으로서 역량을 검증받는 절차가 중요하게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