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오차 언제까지] 연례 행사된 재추계…올해는 60조 펑크, 정부 신뢰 '흔들'

2023-09-11 01:00
세제실, 재추계한 올해 세수 규모 조만간 발표 예정
2021년 이후 3년째 세수 오차…신뢰도 하락 불가피

[사진=기획재정부]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세수 오차율이 유력해지면서 정부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특히 올해는 최대 60조원대 역대급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세수 전망 시스템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10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조만간 '세수 재추계' 결과를 공개한다. 8월 말까지 기업들이 내야 하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까지 반영된 수치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수시로 세수 흐름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식화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재추계 발표는 세수 펑크가 올해 재정 운용과 관련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비상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월 국세수입 -43조···연간 세수 부족 50조~60조 전망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올해 세입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7월까지 54.3%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년 동기(65.9%)보다는 11.6%포인트 낮고 최근 5년간 평균(64.8%)보다 저조한 수치다.

기존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세수 부족분은 50조~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0조원 규모 '세입 공백'이 발생하면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400조5000억원에서 340조원 선으로 하향 조정된다.

부족분 60조원을 기준으로 기존 세입 예산 대비 15%가량 오차율을 기록하는 셈이다.

세수 오차율은 2000년대 들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000∼2009년 세수 오차율 절댓값 평균치는 4.0%였다. 2010∼2019년에는 4.8%로 늘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이 수치는 6.2%까지 상승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7.8%, 13.3% 오차율을 기록했다.

직전 2년은 대규모 세수 초과였다. 반면 올해는 세수 결손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세수 추계와 관련해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도 15% 안팎 세수 오차율이 현실화하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이는 1988∼1990년 이후 처음이다.
 
세수 오차에 국민 신뢰도 하락···문제는 세수 전망 시스템

대규모 세수 오차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한 해 살림살이를 위한 대전제가 어그러지면서 재정 운용 효율성도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매년 오차율을 줄이기 위한 추계 모형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수 추계 회귀모형 단순화와 국세 통계 활용 강화, 기준 연도 대비 증가율법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실행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세수 추계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을 제기한다.

현재 세입예산안 편성은 전년도 7∼8월에 이뤄지는데 하반기 경기 사이클을 비롯한 중요 변수를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세수 추계 시점을 하반기로 늦추거나 국회에서 예산을 확정하기까지 세수 전망을 지속해서 수정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세입 예산안을 기준으로 세출 예산안을 맞추는 현재 예산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세입·세출 예산을 토대로 국채 발행 규모를 결정하고 후속적인 오차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재 틀에선 언제든 세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해 세수 결손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향후 오차와 경기 대응을 위해 현재 오차가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성격인지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