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집합소 CUPIA-②] 민간 전관업체 일감 몰아준 관세청, 받은 일감 외주 주는 국종망연합회

2023-09-07 06:00
관세청 수의계약 중 CUPIA·케이씨넷 물량이 절반
국종망연합회 주요 외주 업체에 전관 의혹 회사 포함

관세청 허가로 설립된 민간 단체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CUPIA, 이하 국종망연합회) 전·현직 대표가 관세청 고위직 출신으로 나타나 이 단체가 관세청 전관 인사 집합소라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관세청은 이 단체와 관계회사에 국가관세종합정보망과 해외 진출 사업을 진행하며 연 수백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수의계약을 통해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관세청 전관예우와 수의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건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공공기관 설립법은 21개월째 계류 중이고 전관예우 수의계약 방지법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본지는 관세청과 국종망연합회를 둘러싼 전관 예우와 수의 계약 문제를 다각도로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관세청이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한 일감 절반을 고위 퇴직 인사가 포진한 국종망연합회와 관계회사인 케이씨넷에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법인은 설립 후 현재까지 전·현직 대표가 모두 관세청 고위 인사로 나타나는 등 전관예우 논란으로 문제가 된 회사들이다.

국종망연합회는 관세청에서 받은 일감을 케이씨넷이나 다른 협력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협력사 중에는 관세청 전관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아주경제가 관세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수의계약 현황을 분석해보니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세청이 체결한 전체 수의 계약액 1732억8190만원 중 국종망연합회·케이씨넷이 가져간 물량은 819억3397만원으로 47.2%를 차지했다. 

2021년부터 최근 2년만 한정하면 관세청이 체결한 전체 수의계약액 1249억6261만원 중 두 법인의 물량은 633억457만원으로 50.7%를 기록,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올 6월 말 관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두 법인의 ‘전관예우 의심 수의계약액’ 규모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통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종망연합회·케이씨넷이 관세청과 맺은 ‘전관예우 의심 수의계약액’은 939억9000만원으로 전체 수의계약 중 55.1%에 달했다.

관세청은 전관예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법인에 부여하는 일감을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 게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이 국종망연합회·케이씨넷과 체결한 지난해 수의계약 규모는 348억2213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었다. 전년(284억8253만원) 대비 22.3%, 2020년(186억2930만원) 대비 86.9% 급증한 수치다. 

관세청은 지난해 국종망연합회와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운영 및 유지관리(195억6044만원) △과테말라 전자통관시스템 현대화 사업(57억5541만원) △마다가스카르 전자통관시스템 현대화 사업(48억8607만원)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기술지원상담센터 운영(8억8778만원) △2022년 조지아 관세행정 현대화 컨설팅 사업(6억1490만원) 등 318억6433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연합회의 관계회사인 케이씨넷과도 △2022년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및 분석모델 개발(28억4900만원) △전자상거래 통관시스템 구축모델 개선방안 연구(1억780만원) 등 29억568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관세청은 관세행정 사업에 국종망연합회 외 경쟁자가 없어 유찰이 반복돼 단일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가관세망 운영사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전자통관시스템 현대화 사업도 국가계약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실시하고 있다"며 "관세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많지 않아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이 많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세청은 적법 절차에 의해 국종망연합회와 수의계약을 맺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국종망연합회의 수의계약 사업에 대한 독자적 사업 수행 능력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국종망연합회가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일감 상당수를 외주 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관세청으로부터 약 49억원에 사업권을 따낸 마다가스카르 전자통관시스템 현대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종망위원회는 이 사업에서 세부 사업 금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업무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 중 상당 분량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해외 사업뿐 아니라 고유 업무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사업 상당 부분에 대해서도 외주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종망연합회의 주요 하도급 업체 중에는 연합회 관계사로서 관세청 전관 회사로 함께 거론되는 케이씨넷과 현 대표가 전직 서울본부세관 국장을 지낸 인물로 알려진 A사 역시 포함돼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관세청으로부터 몰아 받은 일감을 전관 회사끼리 나눠 먹는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A사는 최근 국종망연합회가 공고한 '2023년 국종망(MYC 분야 등) 운영 및 유지관리 외주용역 사업'에 입찰해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회가 진행하는 마다가스카르 전자통관시스템 현대화 사업에도 인력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A사가 게시한 회사소개서를 확인한 결과 이 회사는 지난 2017년부터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위탁사업, 카메룬 전자통관시스템 구축사업, 가나 전자통관 싱글윈도우 시스템 구축사업, 알제리 관세행정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등 국종망연합회가 발주하는 사업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관세청을 상대로도 일감을 여러 건 직접 수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씨넷 역시 연합회와 외주 계약을 맺고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유지관리 사업, 개도국 시스템 수출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씨넷 관계자는 “국종망연합회는 관세행정 시스템 개도국 수출사업에 경험이 있는 IT개발자가 부족해 케이씨넷과 IT 인력파견 계약 진행시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연합회의 공개입찰에 타 업체가 참여하지 않아 케이씨넷이 부득이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