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도 놓칠 수 없죠"...美국채 사러 日가는 서학개미들

2023-09-07 08:30

사진=게티이미지


서학개미들이 일본 거래소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순매수 규모는 일본 주식 상위 순매수 50위권 기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달러 대비 엔화 약세가 계속되며 향후 엔화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누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기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보유액(상위 50개 종목)은 약 4억9904만 달러(약 6612억2817만원)다.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전년(2440억6941만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초부터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와 저금리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 같지만 전체 순매수 규모 중 절반은 미국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에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순매수 규모는 총 2억7345만1564달러(약 3628억4288만원)로 집계됐다. 
 
일본 시장에서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아이셰어스 미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총 2억4020만153달러(약 3185억7746만원)를 순매수했다. 그 밖에도 미국채 1-10년물과 더불어 회사채 등 채권 위주로 담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아이셰어스 SP500 엔화 헤지 ETF(ISHARES SP 500 JPY HEDGED ETF·64억5595만원), 닛코 리스티드 인덱스 미국 주식 나스닥 SP 500(NIKKO LISTED IDX FUND US EQUITY(SP 500) CURRENCY HEDGE ETF·46억2461만원) 등 미국 S&P500 기업과 나스닥 등 일본 시장에 상장된 미국 거래소 상품도 매집했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이 같은 움직임은 환차익을 노린 투자로 분석된다.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일본 증시는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4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엔화 값이 달러당 155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이 여전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학개미들은 엔테크(엔화+재테크)를 통해 이후 금리 상승 효과까지 동시에 보기 위해 일본 증권거래소로 향하고 있다. 예컨대 지금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주식 약 5000만원어치를 투자한다면 올 초 수준(1030원대)으로 엔화가 회복되면 약 300만원어치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금융정책을 정상화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엔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서학개미들은 국채 가격 상승과 환율 효과까지 겨냥해 일본 거래소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와 미국 국채 투자 인기가 계속되자 국내 증권사도 이를 노린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29일 엔화와 미국 국채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엔캐리랩’을 신규 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