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트] 류진 신임 회장의 무게…"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2023-09-10 12:24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한국경제인협회'로 새롭게 출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다. 류 회장은 지난 1997년부터 풍산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30여년 가까이 최고경영자로 활동해온 인물로 국내 기업인 중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선 전경련을 이끌 새로운 수장에 경제계에 '잔뼈'가 굵은 류진 회장이 선임되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류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39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류 회장은 9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거쳐 한경협으로 간판을 바꾸는 전경련의 지휘봉을 잡아 혁신을 이끄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날 취임식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류진 회장이 총수로 있는 풍산그룹이 재계를 대표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전경련은 1961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 주도로 기업인 13명이 설립해 출범한 단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병철 창업주에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등 국내 10위권 내 대기업 총수가 전경련을 이끌어왔다. 반면 방산기업인 풍산은 재계 순위 70위권 안팎의 중견기업이다. 이 때문에 류 회장이 전경련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선 재계 맏형의 역할을 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던졌다. 그는 "50대 그룹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큰 재벌이 아니기 때문에 위(대기업)와 아래(중소중견기업)를 연결해 줄 수 있기에 마이너스보다 플러스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돈을 더 벌려면 벌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한 우물만 팠고 풍산이 만든 제품은 세계 1위"라며 "크기는 작아도 모든 면에서 꿀릴 것이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회장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선 "사실 끝까지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대안이 없어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맡았다"며 "큰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류 회장은 공식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는데 말보다는 업무에 집중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의 광폭 행보는 시작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에 가입 요청을 한 것이다. 류 회장은 취임식에서 "IT, 엔터테인먼트 업종 등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전경련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회장단을 좀 더 젊고 다양하게 구성해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류 회장의 모습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진 풍산 회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